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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Aug 12. 2024

출판도, 블로그도, 티스토리도, 브런치스토리도 엎어짐

이후에 다음 연재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결국 내 출판 계약은 무효가 되었다. 내가 전체 원고를 보낸 지 1년 정도 된 시점에서 말이다. 그 1년의 기다림과, 엎어지던 자세한 상황은 이후에 다루겠지만, 가장 기다렸던 나의 바람마저 떠나가는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쓰라렸다.


이렇게 되고 나니 나에게 다음이 보이질 않았다. 그전에는 '어쨌든 나는 출판 계약은 했으니까'하는 생각으로 출판을 기다리는 시간들이었다. 출판에 혹시나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기저기 글도 써 보고 이것저것 해 보았다. '다 실패해도 어쨌든 출판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1년의 기다림 끝에 출판이 엎어지니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되었다.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자, 아내는 나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여보는 어쨌든 직업이 있고, 이런저런 경험을 열심히 해보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일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실망하고 있어요? 거기에 여보 출판 계약금으로 받은 100만 원으로 우리 가족한테 정말 멋지게 잘 써줬잖아요?"


아내의 말이 크게 틀린 것도 없고, 정말 고마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속상함은 쉽사리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하루 이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는 전혀 티 안 나게 생활하고 육퇴 후에는 혼자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이삼일 후부터는 이젠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운동을 했다. 헬스 한 지는 7년 정도 되었고 러닝은 2년 정도 되었는데, 운동은 할 때마다 정말 열심히 하긴 하는데 할 때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서 무거운 중량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기진맥진해서 거울을 봤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스스로 연민이 느껴졌다.


이때의 감정은 굉장히 신기했다. 그냥 긍정적인 감정, 부정적인 감정 이렇게 이분화되어 있는, 감정이 극도로 단순한 나에게 이 감정은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분명 연민이나 애잔함 같은 감정들은 부정적인 감정들인데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애기랑 밤 낮 없이 아웅다웅 시간을 보내고, 아기 밥, 아내 밥 해 먹이고 밤에 혼자 글 쓰고 책 읽고 공부하고, 글 쓰다 책상에서 졸다가 엎어져 잠들고 너무 피로해서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가서 틈틈이 운동하던 나의 시간들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냥 이 모든 실패들과 상관없이 나 스스로 참 안쓰럽고 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갑자기 마음이 복잡하기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와서 옷가지를 챙기려고 방문을 탁 열었는데 방 한 벽면 가득히 천장까지 닿아있는 세 개의 책장에는 그동안 내가 사 오고 밑줄치고 정리하며 읽어 왔던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책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런데 실패에서 오는 분함이나, 좌절감이 아니라 아까 헬스장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하게 '나는 참 약하고 부족한 사람인데 자랑스러운 아빠, 남편, 아들이 되겠다고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사는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도 사랑스럽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 나에 대해 느낀 감정이라기엔 참 낯부끄럽긴 하지만 말이다.



결혼 전에 밥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 없던 내가 아기 유아식을 만들고 출근하는 아내 밥을 해 먹이고, 10개월 아기를 데리고 육아를 하는 변화 과정을 겪고, 브런치 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그리고 출판 계약까지 도전해서 때때로 소소한 성과들을 이루었던 그 순간들이 아니라, 오히려 이 실패들을 겪고 나서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그날 밤 나는 미뤄왔던, '지금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마주했다. 딴 건 몰라도 출판은 어쨌든 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여러 번의 실패 동안 실패만 하고 깨달은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역시 돈주고도 사기 힘들다던 '경험'은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나에게 행동력을 포함한 큰 깨달음을 하나 주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 실패들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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