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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Aug 19. 2024

길고 긴 자기 계발 도전의 끝에 얻은 티끌만한 깨달음

작지만 소중해

그동안의 나의 모습을 돌아봤다. 


나도 모르는 새에 '출판'은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격상되어 있었다. 출판이 너무 중요한 목표가 되자, 그 외에 삶의 다른 요소들은 부수적인 것들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런데 천천히 돌아보니, 내가 출판이든 네이버 블로그든 뭐든 시작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가족이었다. 아기가 태어나자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서, 아기의 다양한 경험을 얼마든지 지원해 줄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고 싶어서 이 모든 도전들이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다 잘 안 되었다고 앓는 소리를 내어 봤지만,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어디 가지 않은 채 그대로 내 곁에 있었다. "아빠!" 하며 웃으며 달려오는 아기, 그리고 나를 토닥여주는 아내, 언제나 나를 지지해 주는 나의 가족들. 변한 건 주객이 전도되었던 내 마음뿐이었다.


이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곁에 놓고, 다른 곳에 가장 중요한 인생의 목표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애끓을 필요는 없었다. 




최근 데이식스라는 한 밴드에 굉장히 빠져 들어있다. 우연히 '예뻤어'라는 노래를 듣고, '오 신인 아이돌들 같은데 노래가 괜찮네?' 하며 우연히 몇 곡을 더 찾아보았다. '신인 아이돌이 무슨 노래가 이렇게 많지?'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갈 괜찮은 노래들을 꾸려 보았더니 나의 엄격한 플레이리스트에 수십 곡이 저장되었다. 보통 노래는 좋아해도 가수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성격인데, 희한한 경우라 찾아보니 신인 아이돌이 아니라 데뷔한 지 한참이 된 중고 밴드였다.



JYP 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 데뷔 후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이 밴드가 겪었을 고통이야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같이 평범한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 그동안 만들어 둔 좋은 노래들도 굉장히 많고, 무대 경험도 많다 보니 공연도 뛰어나 공연 기회가 왔을 때, 착실하게 팬들을 더 만들어 갈 수 있다. 오랜 무명의 시간 덕에 우연히 기회가 왔을 때 더 크게, 더 오래 탈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장점이 뭔가를 시작할 크게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시작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경험을 해 나갈수록, 한 번 뭔가를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생기거나 말거나 우직하게 한 가지 일을 계속 파나 가는 능력 또는 태도가 정말 부럽다.


자기 계발서를 보면 대체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말한다. 나도 이 말에는 100퍼센트 동감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시작만 강조를 하다 보니 마치 뭔가 도전하기만 하면 찬란한 세상이 펼쳐질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해당 분야에서 강의, 관련 상품 등으로 수익화를 하려는 사람들까지 끼어들며 더욱 혼란은 커진다. '이 영상 보면 운동 반년만에 몸짱이 됨.', '이 강의 듣고 하루 20분씩만 투자하면 월 100만 원은 보장함.', '시작만 하면 월 1000까지도 가능함.', '이거만 먹으면 다이어트 10kg 가능함.'


누구나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고 큰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결과에 쉽게 도달하는 그런 엄청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엄청난 행운과 맞아떨어지거나, 자기도 모르게 굉장한 창의성이나 분석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시작만 해서는 짧으면 며칠, 길면 한 두 달 후 큰 성과를 못 내고 그만둔다. 그리고 그렇게 실패를 맛본 사람들은 '뭐야 하기만 하면 된다더니 왜 나는 해도 안 되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오히려 이후에 올 기회에도 도전을 꺼리게 될 수 있다.


시작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시작 후에, 특히 그게 돈을 버는 것으로 이어지고 싶다면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 된다. 누군가가 돈을 쓰게 하는 데에는 그만큼 상당할 정도의 정교함 또는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게 말했지만, 결국 내가 느낀 가장 큰 점은 어느 부분에서 '수입'을 올리고 싶다면 그저 찔러보기 식으로 이것저것 해서는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 그저 묵묵히 엄청난 시간을 그 분야에서 버티고 있어야 성과가 나올 확률이라도 생긴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초반부터 굉장한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성공은 그 분야에서 오래 버텨온 내공이 부재된 성공이기에 오래가기 어렵다. 설령, 도전만 하면 바로 상당한 수입으로 이어지는 분야가 있다고 할지라도, 어차피 정보의 시대에서 다른 사람도 금세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와 그 특수한 지위는 이내 없어질 것이다.


결국 진득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시간만큼 기회가 왔을 때 더 크게, 오래 불을 지필 연료가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열정은 차갑게 식히고, 그저 묵묵히 성과가 날 때까지 계속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이게 자기 계발 시기에 내가 깨달은 것들이다. 뭐든 의욕을 가지고 시작만 불붙듯 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삐끗하거나 기대에 어긋나기 시작하면 그만둬버렸다. 내면의 목소리는 지금도 '내 글을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쉬지 뭐 하러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 '이거 쓴다고 내 인생이 뭐가 달라지나?' 하고 자꾸 유혹을 한다. 그래도 깨달은 게 있어 일단 퇴근하고 아내, 아기 밥 해 먹이고 육퇴 하자마자 운동 30분, 샤워하고 이렇게 자리에 또 앉았다.


뭐가 될지 안 될지는 그냥 지금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일단 하다 보면 뭐가 되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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