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나는 책이 출판 예정이라고 하기에, 원고 막판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티스토리에는 애드센스가 달렸으니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애드센스를 받기 전에는, 포스팅을 그저 '애드센스를 받기 위해 분량을 채워야 하는 글'이라고 생각을 했고, 애드센스를 받고 난 후에는 글을 쓸 때 좀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도 내 글에 시간을 내어 준 사람들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역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배드민턴과 관련된 글이 아니다 보니, 조회수는 또다시 처참했다. 네이버 블로그의 악몽이 떠올랐다. 한 주제로 죽 밀고 가다가 다른 주제로 틀어서 글을 올리게 되면 앞선 글들까지 조회수가 떨어지는, 굉장히 맥 빠지는 상황이었다.
하루 평균 20분 정도씩 투자해서 한두 달 정도 글을 올렸으나, 일일 수입은 1달러를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육아하랴 밥 하랴, 원고 수정하기도 바쁜 와중에 매일 20분 정도씩이라도 시간을 빼서 투자했으나 별 다른 성과가 없자 슬슬 또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경제적 자유를 위한 방법으로 하루에 20-30분씩만 투자하면 월 100 가까이 번다더니, 경제적 자유가 아니라 오히려 최소시급에도 한참 못 미치는 돈인데..'
'이거 할 시간에 차라리 원고를 열심히 수정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요새 헬스 할 시간도 없는데 차라리 그 시간 동안 헬스를 하는 게 낫지'
결국 나는 티스토리 글 올리기를 그만두었다.
그런데 티스토리에 글 올리기를 그만 두자, 이번에는 전과 다른 진득한 감정이 올라왔다. '작년부터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스토리, 티스토리까지 육퇴 후 정신없는 와중에도 참 여러 가지를 나름대로는 시도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했네..' 하는 생각이었다.
그냥 별 거 안 해도 나름대로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살고 있던 나인데, 생각보다 이런 생각들이 치고 들어오기 시작하자 마음이 꽤 울적해지고 나에 대한 의문감이 생겼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이것저것 한다고 도전해 봤는데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온 게 하나도 없네.'
이런 생각들이 깊어질수록 여기저기 흩어졌던 모든 에너지는 한 곳으로 모였다. '그나마 이제 남은 건 출판 밖에 없다. 출판이나 집중해야겠다.'
그나마 기획 출판을 맺은 출판사에서는 '작가님 이제 슬슬 작가 프로필 준비도 하시고, 우리 홍보 채널에 작가님 글 올리기 시작합시다. 글은 출판이 된 후에 삭제될 예정입니다.' 하는 등의 얘기를 해주어서 이 모든 것들이 별 거 아니게 느껴졌다.
'그래 어쨌든 나에게 있어, 이 모든 글쓰기들의 종점은 책 출판이었으니까 괜찮아!'
'출판을 할 때, 내 채널 하나를 가지고 홍보를 좀 하고 싶었지만, 어쨌든 당장 최종 목적은 출판 자체니까.'
하지만 역시 세상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얼마 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작가님 원고를 완전히 새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출판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