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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Aug 15. 2024

투자하던 신입 공무원, 자기계발하던 나의 결말

뭔가 될 거 같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랐다가 하나씩 꺼져가던 나의 도전의 역사처럼 매일 연고점을 갱신하고 있다던 주식과 부동산도 주춤하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 초반에는 직장에서 투자에 관한 이야기는 오히려 더 활황이었다. 


“아니 요새 자동차 상황이 좋다더니 왜 주식은 자꾸 떨어지는 거야 거참, 이러다가 집 사려고 모아 놓은 돈도 털게 생겼네.”

“아니 저 아내 몰래 마통 뚫었던 거 메꿀 방법이 안 보이는데 이거 어떡하죠? 이번에 뜬다는 거기 한 번 남은 돈 다 넣어볼까요?”

“그래 빈 곳간 메꾸려면 어디 잘 투자를 해야지! 거기 이번에 좀 오른 거 같던데. 근데 한 번 오르면 또 기술적…”


다들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전과 다르게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주가는 조금씩 치고 올라가는 듯하다가 또 꺼지고, 조금씩 올라가는 거 같다가 또 꺼지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듯했다. 사람들은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직장 내에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하나도 남지 않았다. 자신은 수입을 올리고 있더라도 잃은 사람들이 늘다 보니 눈치껏 자제하는 느낌도 있었다.


듣기로는 한동안 잠잠하던 그 신입 공무원은 여기저기 돈을 끌어서 상당히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결국 다 잃었다고 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의 도움으로 급한 불은 껐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 져서 그쪽으로 발령 신청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전문투자자로서의 꿈은 더욱 커져서, 직장을 그만두고 투자를 계속하면 어떨지 고민이 되어 친한 선배들에게 상담 중이라 했다. 어떤 결정이 더 나은 결정일지,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지 모르는 무거운 질문에 뭐라 해야 될지 몰라 머리를 긁적였다며 한 동료도 나에게 털어놓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런 실패에도 오히려 더 열정을 불타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다는 점에서 그 신입 공무원이 정말 부러웠다. 그리곤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물어보면 정말 뭐라 말해야 할지 어렵긴 하겠다. 나 같아도 별 말을 못 할 듯하네.”

 

나는 최근 1년 반의 경험을 하며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라면 직장을 그만두는 건 정말 안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들었으나 괜히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니 입 밖으로 내진 않고 혼자 속으로 삼켰다.




가끔 신문 기사를 보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다시 들끓고 있다.’하는 기사들이 보였으나, 내 주변까지 모두가 온통 달아오르던 전과 같은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태양이 작렬하며 유례없는 더위를 기록한 어느 해의 한여름처럼, 세상이 다 같이 펄펄 끓어오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 느낌이었다.


물론 조용히 투자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작은 도전들로 시작해 부업으로 굉장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체로 큰 수입을 올리는 데에는 실패했고 결국 다시 본업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건 나 또한 그랬다. 돈이 팽창하는 시기에, 공무원의 월급만으로 가정을 풍요롭게 꾸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여러 개인적인 핑계로 투자를 하지 않고, 대신 자기 계발로 이것저것 의욕적으로 도전해 보았고 결과적으로는 나의 도전들도, 열정도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상시의 나였다면, 여기서 멈춰 섰을 테지만 어제 헬스장에서 그리고 책 방에서의 기억은 굉장히 강렬했고 전처럼 불타는 열정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도전은 하기로 했다. 책 출판도 계약은 엎어졌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내 책을 손에 들게 될 때까지 해 보긴 해 봐야 할 테고, 나머지 내가 했던 도전들도 내가 스스로 끝냈을 뿐, 누가 ‘여기까지입니다.’ 하고 끝낸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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