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활동가, 전문가, 중간지원 조직 등의 역할과 직함이 제도적 틀 안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10년 전부터 이 분야에서 활동과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실행사업으로서 많은 재원들이 투입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사업에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즉, 용역회사, 중간지원조직, 총괄코디네이터, 센터장 등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품귀현상이 일어난다.
최근 활발한 연구, 용역과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 연구자들, 전문가들이 증가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차이와 몰림이 있으며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고·모집 후 면접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나마 ‘상대적인 우위’를 가진 지원자가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우려가 느껴지기도 한다. 지원자의 어떤 능력과 경험을 보고 도시재생사업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맡길 것인지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특히, 연구 및 사업 관련 경험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지만 현장에 대한 의지와 태도가 보이는 사람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과 고민이 커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식과 경험은 쌓으면 되지만 의지와 태도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복잡 다난한 과정을 해쳐나가야 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마인드’는 매우 중요하다. 센터와 컨설팅회사의 사람들이 주민들과 소통하기를 귀찮아하고 관리자로서만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업무적으로만 사업에 관여하고 싶은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밖에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할 마음이 없기도 할 것이다. 실천하지 않고 누군가 해주길 ‘바라기만’ 하는 중간지원 조직은 그저 행정의 협력업체일 뿐이다.
지자체 공무원, 연구원, 중간지원조직, 컨설팅사, 총괄코디네이터 등 전문가들이 얽혀 복잡다단하게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철저히 현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 가이드라인에서 중간지원 조직인 현장지원센터를 필수로 설치하라는 것은 그곳을 현장 거점으로 삼으라고 하는 것이다. 계획한 대로 또는 예상대로 잘 흘러가지 않는 도시재생사업의 답은 현장에서 풀으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현장형 ‘DNA’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누구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지역을 기록하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현장에서 협력을 구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무엇이든지 실행해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활동적이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조직의 안에 숨어 회의‘만’ 진행하고 결정하고, 보고서나 조례‘만’ 찾아보고 문서작업‘만’을 원하는 사람은 현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가령,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하며 이것을 위해 문서작업을 하며 그렇게 네 번이면 한 달이 지나가고 12번이면 3달이 지나간다. 그러는 사이 현장에서는 열심히 참여했던 실행자들 그리고 희생하며 참여하는 사람들은 기다림 속에 괴로워하며 결국 떠난다. ‘해도 안 해도 그만인' 주민들과 주체들만 남게 된다.
매일매일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며 결정하고 진행해야만 겨우 효과가 나타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소중한 세금을 가성비 있게 사용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책임과 보람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형 공무원, 현장형 연구원, 현장형 사무국장, 현장형 컨설팅회사 직원, 현장형 총괄코디네이터 등이 모여 현장에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일 때 선례가 없던 일과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그 사람의 ’DNA‘의 유무이므로 교육되기 어렵고 서류상으로도 판단되기 어렵다. 이 사람들을 조직하고 모으는 작업에 엄격한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절대로 안이하게 모으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형 직원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과정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떠밀려서 어설픈 사람을 모아 중간지원 조직 팀을 만들면 그나마 있던 '도시재생 현장형 사람'도 지치고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