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사라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된 어느 날의 기록

by 마인풀 라이프

혼자만의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된 어느 날의 기록

결혼 전부터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중요했다.


그 시간은 나를 충전시켜주었고, 나다움을 되찾게 해주었다.
그래서 항상 일정을 짤 때에도 일부러 혼자만의 시간을 계획에 넣곤 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긴 후, 그 시간은 사라졌다.
있다 해도 고작 아기가 일어나기 전, 낮잠 자는 사이, 그리고 밤잠 든 이후 정도.
그마저도 몸은 피곤에 지쳐 있었고, 겨우 핸드폰만 들여다보다가
“이제 자야지…” 하고 쓰러져버리기 일쑤였다.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 시간이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아기가 등원한 뒤에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쏟아졌다.
일을 하다 보면 금세 점심시간, 밥 먹고 나면 또 못 끝낸 일들,
그리고 어느새 하원 시간.
그 사이 장도 봐야 하고, 세탁도 돌려야 하고, 집 청소에 내 일까지 하다 보면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기가 생기기 전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카페인이 돌기 시작하면
영감이 떠오르고, 에너지가 생겨서 다시 일하곤 했다.

지금은 그런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다.
만약 겨우 시간이 나더라도, 내 몸은 휴식을 원했고,
생산적인 무언가보다는 그냥 멍하게 있는 게 더 쉬웠다.


그리고 더 무서운 사실은,
이 삶이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될 거라는 점이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단순히 누군가를 돌보는 것 그 이상이다.
엄마는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챙겨야 하는 사람이다.
그게 아이든, 파트너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잠을 줄여가며,
식사를 미루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양보하면서도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하게 된다. 그건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매일, 매순간 반복되면, 그 사랑은 어느 순간 ‘일’이 되어버린다.
자연스러운 헌신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의무’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그땐 감정이 사라지고, ‘내가 누구였더라…’ 라는 질문만 남는다.


어린 시절, 부모가 나를 위해 해준 것들이 당연했던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에서야 알겠다.

그건 절대 당연한 게 아니었다.

“부모가 되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 이제는 이해가 간다.


잊지 말자.엄마도 사람이다.
엄마라고 해서 갑자기 참을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엄마라고 해서 ‘전의 삶’을 버린 존재가 아니다.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계속 갈고 닦여야 하는 길이다.
그 길을 걸으며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던 '그 엄마'가 되어간다.
자연스럽게 웃고, 자식에게 자비롭고,
넓은 마음을 갖게 되는 사람이 되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지나야 한다.


혹시 지금도 ‘그 엄마’가 되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괜찮다.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어렵고 깊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 도와가며, 이 힘든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동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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