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혼자서 스타벅스에 왔다.
휴직을 한 후 간간히 혼자서 스타벅스에 온다,
스타벅스에서 일기도 쓰고, 책도 읽는 등 한낮의 여유를 느끼곤 한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그리곤 여유 있게 일기를 쓴다.
간간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본다.
여기저기 대화를 하는 시끌시끌한 백색소음이 가득하다.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는다.
다들 서로 말하기 바쁘다.
그때 유리창 너머로 H라인 스커트와 구두를 신은 직장인이 지나간다. 날씬한 몸매에 구두를 또각거리며 힘차게 걷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나도 몇 달 전에는 직장인이었지... 나도 저렇게 자신 있는 모습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직장인이 맞는 것인가...
나는 전처럼 활기찬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휴직을 한 지 몇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나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휴직해 있는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이렇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기를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가고, 나의 상처를 깨닫고 그러한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일들을 예방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이 굳건해 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직 내 마음은 치유되지 않았다.
직장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멀어졌지만, 내 속의 우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상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복직을 할 것만 같다. 애써 담담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나이게 맞게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척 연기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할 것이다.
쉬는 동안 내가 퇴사를 하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런 길도 보이지 않았다.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했으나, 특별한 전문성이 없었다.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2-3년마다 업무가 바뀌었고, 나는 수십 가지 업무 중 한 부분에 대해서만 담당해서 처리하는 정도였다. 업무가 바뀌면 그전 업무는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제는 까마득한 옛일 같다.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정도인 것만 같다. 한없이 내가 작아 보인다.
(몸뚱이라도 건강하고 체력이 좋으면 좋겠건만, 나는 육체적으로도 강하지 않다.)
이러니 휴직해서 쉬는 동안에도 미래가 걱정이 된다.
'복직해서 적응 못하면 어쩌지...'
'그 괴로움을 앉은 채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렇게
나는 쉬고 있으면서도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느라 편히 쉬지를 못한다.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나는 마냥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믿는 어린아이 같은 맑은 마음을 갖질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