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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손님맞이

카이로에서 시작된 삶 30

by Jina가다

우리 부부가 여행을 가는 동안, 딸아이는 한국인 친구들과 동료를 집으로 초대했단다. 메뉴는 돼지 순살 감자탕과 떡볶이. 이슬람 국가인 이 나라에서는 돼지고기를 구하기 쉽지 않다. 돼지만 판매하는 기독교인의 가게에서 고기를 주문했다. 얼갈이배추는 중국 식품점에서 한 봉지를 구입했다. 양이 부족해 보이는지 딸은 마트에서 배추를 더 사 왔다. 옆에서 청소만 하며 지켜보던 나는 괜스레 웃음이 났다.


한국에서 내가 챙겨 온 아딸 떡볶이 소스와 들깨가루를 보고 메뉴를 정했다는 딸. 부엌 선반에 다람쥐처럼 아껴 모아둔 식재료들을 가리키며 허락을 요청한다. 녀석은 보물 꺼내듯 한국 식재료를 집어 들었다.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조미료. 어제는 집 근처 한식당에 떡볶이 떡을 사러 갔다가 허탕 쳤지만, 오늘은 신난 얼굴로 세 묶음을 들고 돌아왔다.


"엄마, 사장님이 모레 김치를 받으러 오래요. 오늘은 소금에 절이고 있으니 맛있게 담가주시겠데요."

딸이 정착 숙소로 잠시 사용한 인연 덕분에 그리웠던 김치를 얻어먹겠네.


여행을 떠나기 전, 딸아이 손님들을 위한 디저트를 준비해 주었다. 맛집인 베이커리에서 쿠키 한 상자를 샀다. 마트에서는 사과를 종류별로 고르고, 가끔씩 매대에 보이는 납작 복숭아가 반가워 봉투에 가득 담았다. 장을 본 금액이 2만 원 조금 넘는데, 그중 복숭아 값이 1만 5천 원. 이집트에서 귀하게 먹는 과일은 엄마가 싹쓸이했다.


멀리 타국에서 서로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진 사람들. 딸아이는 다양한 이들과 교류하며 점점 씩씩하고 따뜻해진다. 인플루언서의 레시피대로 우거지를 삶아 된장과 양념으로 버무리고, 돼지고기 국물을 우려내는 모습이 어쩐지 든든하다.


이틀 전 내가 만든 달걀 장조림과 멸치볶음도 반찬으로 내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지인이 선물한 어묵 한 봉지도 떡볶이에 쓰겠다며 냉동실을 열고 또 묻는다.


"그래그래, 즐겁게 사용하세요."

음식으로 위로하고 친절을 베푸는 삶, 이제 정말 다 컸네.


얼마 전, 가족여행으로 이집트에 온 지인의 가족을 집에 초대한 적이 있다. 좋은 레스토랑으로 모실까 했는데, 피곤한 몸을 쉬며 집밥을 대접하고 싶었다. 그때의 손님맞이도 딸아이는 함께 지켜보고 도왔다. 서로 보고 배우는 좋은 관계. 나 역시 딸아이를 통해 ‘쉽고 가볍게’ 손님맞이하는 법을 배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차린 식탁과 대화, 그 안에서 성장하는 너.

안심하고, 나는 여행 잘 다녀올게요.


(이집트에 관한 글 1편을 마쳤습니다. 2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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