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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타임이 필요해

영혼을 지키는 나만의 주식 라이프 (15)

by 김세인

사람도 일도 질릴 때가 있다.

불은 너무 가까이 가면 데이고 너무 멀면 춥듯이 사람과의 관계도 그럴 때가 있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물론이고 잘 나갈 때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열정을 쏟던 일도 힘에 부쳐서 또는 별 이유 없이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주식도 그럴 때가 있다.

시세창을 보기도 싫을 때가 가끔 찾아온다. 내 에너지보다 과한 열정이 투입되었을 때 피로감을 느낀다. 경제공부를 한답시고 지인과 주식 이야기를 하고, 신문과 인터넷을 뒤지고, 책과 방송을 섭렵해도 소용 없다. 세상은 물론 주식시장에도 하루가 다르게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주가는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개인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을 때도 그렇다.

10 퍼센트의 정신력도 투자에 쏟기가 힘들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진다. 매일 즐겨듣는 유튜브의 주식 방송 ‘삼프로 TV’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스닥이 어제 급락했든 중국 경제정책이 어쨌든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아는 게 좋다. 아니, 알아야 한다. 내 투자금을 위해서.


확신이 부족한 종목에 투자해서 발이 묶일 때도 그렇다.

홧김에 팔아버리기엔 손해가 크고 가지고 있기에는 불안한 종목은 쉽게 발을 빼기도 어렵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SK이노베이션을 사들인 것이 애물단지였던 때가 있었다. 한 주당 80만 원, 100만 원에 가까워지는 경쟁사 LG화학이나 삼성 SDI에 비해 주가가 낮았다.


SK 그룹이니까 막연히 오를 거라는 기대에 한 주씩 모으기 시작했다. LG화학과 소송 중이라 조 단위의 합의금을 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지나갈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결국 두 회사는 합의했지만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동안 팔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으면서 답답한 심정이었다. 회계 분식, 소송, 거래 정지, 상장 폐지 등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종목을 가지고 있을 때는 후회와 피로 지수가 올라간다.


바구니에 담아 놓은 물건의 수가 너무 많을 때도 그렇다.

보통 전문가들은 세 개 정도의 종목을 추천한다. 종목이 많으면 전체적인 흐름과 개별 이슈를 따라가기 어렵고 종목 수가 적으면 상쇄 효과가 떨어질 때도 있다. 내 바구니에는 7개의 종목이 있다. 나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종목을 늘리는 편이다.


최근에 신문 기사에서 ‘주식 금단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주식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나 연휴에 초조함이나 우울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온갖 기사가 나오는데 주식을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여행을 떠나거나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지 않기 위해 가끔 브레이크 타임이 필요하다.


매일 정장을 입다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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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럴 때 주식을 거래하기보다 관찰하는 일을 해본다.


경제신문을 읽을 때 반문을 가져본다. 쿠팡이 미국에 상장했다는데 그 많던 적자는 회복할 수 있을까, 따라 오르는 마켓 컬리 주식은 어느 정도의 가치일까. 남이 가지고 있는 종목이라 생각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종목을 바라보기도 한다. 매일 오는 신문에 밀려 읽지 못했던 경제서도 한번 펼쳐본다.


이도 저도 다 싫을 때는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고 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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