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천만 원을 벌어들인 에이치엘비일까. 3년을 가지고 있어도 손실률이 줄어들지 않았던 한국항공우주일까. 상한가에 매수해 하한가에 매도한 액션스퀘어일까.
상장할 때부터 사고팔기를 반복했지만 주식거래를 훈련하는 데 기준이 된 인생 종목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 회사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친구 남편이 입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다.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사이언스 같은 제약회사에 비해 낯선 이름이었다. 2016년에 상장할 당시 상장가는 14만 원가량이었다.
나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20만 원 근처에서 매수해 30만 원대에 매도했다.
이 정도면 수익이 꽤 났으니 팔아야지 생각했다.
회사의 실적과 성장을 보면서 30만 원 대에 또다시 매수해 40만 원쯤 되면 매도했다.
회사는 공장을 늘려가고 있었다.
팔지 말고 가지고 있을 걸 후회해봐야 늦었다.
주가는 56만 원까지 무난하게 우상향 했다.
그러다가 2018년 회계분식 사건이 터져서 주가는 20만 원대로 급하락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팔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건이 마무리되자 나는 다시 주식을 모으기 시작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회사니 신약개발과 임상 실패 이슈로 불안해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주가는 올라갈 탄력을 잃은 상태였다.
무서운 급락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증권사에 전화를 걸었다. 가지고 있던 주식을 다 정리할 참이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가지고 있는데요. 괜찮을까요?”
“장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아서 며칠 더 지켜보셔도 되긴 하는데 지금 사실 추가 매수 구간이죠.”
추가 매수. 그랬다.
투자서에서 지금은 모두가 공포에 질릴 때니 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추가 매수한다면 향후 주식의 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날 장 마감을 30분 남겨두고 차마 추가 매수하지는 못했다.
다 팔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날부터 하락폭이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1주씩, 2주씩 조심스럽게 추가 매수했다. 그렇게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나에게 100 퍼센트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주었다.
나는 이 종목을 오랜 시간 사고팔면서 다른 종목을 살 때도 비슷한 상황을 참고했다.
주가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마무리될 때쯤 저가에 사는 용기를 가졌다.
거래가 정지되는 사건이 생겨도 회사의 가치에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을 확인하면 주가의 등락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마음 편하게 잔고를 볼 수 있는 여유를 즐겼다.
나는 더 이상 9시에 주식창을 열지 않았다.
증권사에 전화해 종목의 미래를 묻지 않았다.
하루에 5만 원이 올라도 내일 떨어지려니 했다.
하루에 5만 원이 떨어져도 내일 오르려니 했다.
‘10년을 바라볼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소유마라.’는 워런 버핏의 말을 실천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최초의 종목을 만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내 인생 종목이라 생각한 것은 단지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식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주식을 투자할 건지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주식거래를 하는 동안 자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살까, 팔까. 단순해 보이지만 살지 팔지 결정을 내리는 데 수많은 데이터를 동원하게 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내가 쌓은 작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은 귀중한 자산이 된다. 그 경험들이 쌓여 나의 직관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렇게 나만의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나를 돕는 것이다.
몇 년 전, 친구와 통화하며 물었다.
“회사 주식 아직 가지고 있지? 목돈 만들어졌겠는데.”
“나 집 살 때 팔았지. 안 팔고 가지고 있을 걸 그랬어.”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르기는 힘들 거 같지 않아? 나도 팔까? 남편한테 회사 상황 좀 물어봐.”
“너는 딸 결혼할 때 물려줘, 인마. 그때까지 갖고 있어도 돼.”
“물려주기는. 내 노후자금 해야지. 어떻게 이 회사가 내 인생 주식이 됐는지 이야기만 물려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