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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 Oct 07. 2023

소속공인중개사가 되었다



처음 공인중개사 자격증 준비를 했을 때 솔직히 나는 자격증 대여를 생각했다. 자격증만 빌려줘도 월 100만 원 정도는 로열티로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혹했기 때문이다. 몇 년간 독서를 더 잘하기 위해 더 잘 읽는 법을 제법 연구했고 그 덕에 집중력과 더불어 실제 독서력도 상승했다. 이해력이 상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약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은 더 좋아졌다. 그래서 시험을 몇 개월 앞두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독학을 했기 때문에 요령이 없어 몇 개월 만의 동차 합격은 물 건너갔지만 어차피 1차 시험만 준비하기에도 빠듯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은 늘 그렇듯 빠듯하게 준비된다. 대학교 입시를 준비했을 때도, 군대에서 자이툰 부대 파병을 준비했을 때도 카페를 창업할 때도 늘 빠듯했다. 요령이 없는 탓인가.




2023년 10월 4일 드디어 첫 출근을 했다. 장소는 인천의 검단 신도시 1단계 일반상업지역이다. 우미린더시그니처와 금호어울림센트럴 앞 상업지역이다. 내가 취업한 곳은 뉴월드 부동산이라는 곳이다. 기본급이 50만 원이고 점심식대와 주차비를 제공받는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이며 토요일도 근무한다. 결국 이전까지 근무했던 안마의자 매장과 휴무일이 수요일에서 일요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조건은 거의 똑같아졌다. 그래도 월차를 월 1회 이상 쓸 수 있고 - 가능하면 월 2회를 쓸 생각이다 - 빨간 날 쉴 수 있다는 건 좋아진 점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팔 수 있는 물건이 내 능력에 따라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안마의자는 제품 성능과 as 같은 문제가 회사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고 그에 따라 내 수익도 달라지는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데 회사 차원에서도 그걸 개선하는 게 쉽지가 않다. 부동산은 철저하게 개인 능력이다.


1일 차


책상을 정리하면서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익혔다. 고개만 들면 커다란 지도가 보이고 매장 앞을 나와 고개를 들고 보이는 건물의 정보는 파일에 저장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정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움터라는 프로그램을 쓰면 건축물대장을 공짜로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내가 찾는 건물의 사용승인일도 알 수 있고 건물 각 호의 소유자가 누군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써브라는 프로그램으로 네이버 광고를 할 수 있고, 유료 쿠폰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 네이버스토어, 유튜브, 소모임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프로그램을 다루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트래픽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아직도 모르겠다. 그게 문제다. 예능 프로그램인 <장사 천재 백 선생>에서 백 선생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있다. 그리고 나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다른지 뼈저리게 느껴진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고 얼른 정주행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2일 차


이튿날은 임장을 다녀왔다. 내가 속한 부동산은 상가 전문이다. 상가 전문이라고 해서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업무파악과 영업의 중심은 상가다. 따라서 내가 있는 곳 인근의 모든 상가건물의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11층 건물 최상층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그 층에 어떤 상가가 있으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공실이 몇 개 인지 파악한다. 그리고 한층 내려오고 또 한층 내려와 1층까지 본다. 마무리로 주차비용까지 확인해 본다. 주차도 중요한 옵션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총 5개의 상가를 보고 왔는데 건물을 하층, 중층, 상층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하층에는 알다시피 음식점, 약국, 카페 같은 기본적인 생활 편의 시설이 자리 잡는다. 중층에는 운동, 병원, 학원처럼 비교적 면적도 많이 차지하고 이용객이 상시 드나드는 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쪼개진 상가를 최소 2개 이상 임대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상층부는 특히 최상층은 한 업종이 공간을 통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대형 피트니스 센터, 실내 골프장, 대형 레스토랑이 있었다. 5개 중의 한 건물은 상층이 오피스로 작게 쪼개져 있었고 테라스가 있었는데 오피스여서인지 확실히 임대료가 저렴했다. 육안으론 거의 비슷하지만 1층이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350만 원인데 반해 상층 오피스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 수준이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상가 분양금도 그에 필적할 만큼 차이가 났다. 상가의 보증금과 월세는 결국 분양가를 기준으로 산출된 수익률에 기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곳은 신도시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이나 바닥 권리금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서울의 이름난 상업지는 희소성 프리미엄이 더해져 훨씬 비싸진다. 따라서 금리보다 수익률이 좋으냐 좋지 않으냐에 따라 결정되며, 희소성에 따른 프리미엄은 두 번째라고 봐도 될 것 같다.



3일 차


3일째였던 어제는 오전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싶다는 손님이 왔다. 대표님은 없었고 나는 아는 게 없어서 겨우 겨우 연락처와 이름 팔고 싶은 물건만 메모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할머니 한분이 대표님을 찾아왔기에 잠시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고 대표님을 함께 기다렸다. 결국 두 건 모두 얼탄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나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임했어야 했다. 노홍철의 적극성과 친화력이 너무 부럽다. 그러나 노홍철과 함께 여행 중인 빠니보틀이나 곽튜브를 관찰해 보면 노홍철의 페이스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걸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청자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미를 준다. 과연 누가 옳을까? 특급 연예인과 200만에 근접한 유튜버들 중에서 나는 누구의 손도 들 수 없다. 그들 모두에게 그들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 <데블스 플랜>에서 곽튜브의 태도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였다. 승리가 아니라 재미였다. 그래서 그의 여행 채널은 밥친구라는 확실한 태도가 있다. 곽튜브를 보며 여행가의 꿈을 키우거나 그의 정보를 토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그들의 여행을 지켜보는 건 재미있다. 한 사람을 밴치마킹 하려면 겉만 아니라 속까지 다 베껴야 한다. mri로 들춰보고 심리검사 하듯이 낱낱이 파해쳐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심지어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까지 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다.


4일 차


4일째가 되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사실 토요일 근무가 4시까지 인 줄 알았더니 평일과 마찬가지로 6시 반까지라고 한다. 전해 들은 바로는 토요일은 손님들이 쉬는 날이어서 부동산으로 움직이는 날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말에는 관공서가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 계약이 진행되면 그 완성은 월요일에 된다. 그래서 관공서는 월요일이 가장 바쁘다. 관공서는 월요일과 금요일이 가장 바쁘다. 금요일이 바쁜 건 이번주내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루고 미루다 등 떠밀려 나가는 날이 금요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는 확실하지 않지만 꽤 그럴듯한 추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간 11시 8분 대표는 아직 출근하지 않았고 나는 이렇게 일지 쓰는 척 글을 쓰고 있다. 업무일지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각했다. 처음에 대표에게 받은 매물장으로 쓸까도 생각했고, 아이패드로 업무일지를 하나 만들까도 생각했다. 엑셀을 하나 제작할까도 싶었고 블로그 포스팅을 할까도 생각했다가 이야기로 써보자는 결론을 얻었다. 유튜브 브이로그로 촬영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촬영도 편집도 지금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건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은 내 물건도 없고 업무 파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광고도 대표이름으로 올렸으니 내게 전화 올 일이 없다. 하나 확실한 건 나에게 연락이 오게 만들고, 내가 응대해서 내가 계약을 따내야 한다. 그래도 그 건에 대해서는 40%의 수수료만 취할 수 있다. 지금 일하는 부동산 수준으로 차리려면 기본적인 보증금만 5000만 원에 매달 350만 원씩 월세를 내야 한다. 한방 프로그램도 유료고, 렛츠도 유료고, 네이버 광고를 올리는 부동산 써브도 유료다. 지금은 이 모든 걸 감당할 돈이 내게 없다.



솔직히 한숨이 난다. 아파트 대출금과 자동차 월 렌탈료만 한 달에 250만 원이 나간다. 카드 할부도 앞으로 2년간은 50만 원 정도씩 나가야 하니 숨만 쉬는데 최소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기존에 운영하는 휴테크에서 100만 원 정도는 수익이 자동 발생 할 것 같다. 지인에게 빌려준 돈 1천만 원을 매월 이자 포함 30만 원씩 받으니 이것도 현금 흐름이다. 이곳에서 기본금 50만 원을 받고 독서모임 회비가 아직까지는 월 30만 워 정도 들어오니 지금 수익은 210만 원 정도 될 것 같다. 90만 원이 부족하다. 휴테크가 좀 더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야 한다. 티스토리 에드센스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네이버 블로그는 독서모임 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제 쿠팡 파트너스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나마 부수익을 노리는 건 유튜브 독서 채널이다. 오늘 구독자가 960명이 되었고 시청시간도 2200시간이다. 지금도 블링을 검색해 보면 예상수익이 6만 원 정도 된다. 앞으로 꾸준히 영상업로드 하면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은 수익이 날 것 같다. 내 목표 수익은 100만 원이다. 유튜브 광고 수익만 예상대로 나와줘도 한 달에 300만 원은 맞출 수 있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 상태에서 부동산에서 하나씩 계약이 터져줘야 한다. 4일 차 아직은 멀었다.


지금 내 상태가 이처럼 처절하고 비루해 보이는 건 내가 음악을 했기 때문이고, 30대 초반에서야 그걸 관뒀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요구하는 수준의 현금흐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뭘 해도 안 된다. 모든 자아실현의 원천은 마르지 않는 현금의 샘물, 즉 현금 흐름이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사기꾼이다 강연으로 돈 벌었다 말이 많지만 그가 성공적인 삶은 살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순 없다.


투자? 좋다. 그러나 투자는 무슨 돈으로 하는가? 노동 수익이다. 열심히 일해서 처절하게 아껴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자산을 사야 한다. 뭐든 좋다. 내가 돈을 넣으면 수익을 만들어주는 자산을 사야 한다. 자산은 내 주머니에 현금을 꽂아주는 모든 것이다. 돈이 돈을 일하게 만들자.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안다. 뭐든 제대로 일하려면 규모가 커져야 한다.


요약
1. 부동산에 앉아만 있어도 초반엔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2. 기본급도 돈이다. 50만 원도 소중하다.
3. 일단 배우자. 손님의 물음에 막힘이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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