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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 Oct 14. 2023

아직 개시도 못한 초보 공인중개사

지난주 수요일부터 토요일일까지 4일 동안 일하고 일요일 휴무


월요일은 공휴일인 한글날이었다. 당연히 공휴일은 쉬는 날이겠거니 여기고 있었지만 내가 근무하는 곳은 공휴일도 업무를 해야 한다. 찾아보니 다른 곳도 웬만하면 업무를 하는 모양이다.


공인중개사는 공휴일에 쉬지 않는다.


일한 지 4일 만에 월차를 썼다. 특별한 저항감이 없어서 좋았다.


처음 일자리를 알아봤을 땐 토요일 근무도 짧게 근무했고 공휴일도 휴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뭘 본 걸까? 지금은 다시 찾아보니 지금 내 조건과 거의 같다.


명절 연휴가 완전히 지났다. 대표님 말로는 이제부터 시즌이라고 한다. 상가는 대부분의 물건을 분양사가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하는 업무도 분양사 업무와 사실상 같다. 손님을 잘 받아서 분양사의 상가를 소개해 주면 분양사에서 수수료를 준다. 손님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으니 나쁠 게 없고 분양사 입장에서는 물건을 빼서 좋고, 부동산은 분양사에서 수수료를 잘 받아서 좋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물건만 잘 빼주면 고객, 분양사, 부동산 모두가 이득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20231010


오늘은 이곳에서 가장 큰 물건중 하나인 호텔 분양건에 관해 블로그를 하나 쓰고, 아직 부족한 광고 업로드 속도를 올리기 위해 금일 중 광고 10개 올리기 미션


수협에서 찾아왔다. 고객이 근방 상가 매입을 위해 대출을 요청했는데 금액이 합당한 지 임장을 왔다. 무려 네 명이 왔다.


아파트 전세 문의차 고객이 찾아왔다. 9월 말에 묵시적 갱신이 된거 같은데 1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 거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묵시적 갱신이 되었다면 세입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3개월 뒤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정신건강상 재계약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2층 해물찜 배달집 사장님이 호반, 우미린, 금호어울림 월세를 알아보러 오셨다. 장사하면 월세 150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나 보다. 생각보다 부동산은 더 재미있다. 부자들을 알게 되는 게 너무 신나는 일이다.


워킹 임대 매물 고객. 송도에서 찾아옴. 1년 버티다 직접 움직이기로 결정. 작년 7월에 잔금 치뤘다고 함. 수수료 400만 원 약속했다. 잉? 초과보수다. 받으면 탈 나겠다.


손님이 4팀이나 와서 광고를 5개 밖에 올리지 못했다. 디테일한 광고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공고 물량이 쌓여야 한다. 하루에 10개씩 한 달 안에 300개를 맞춰보자. 그리고 사진을 추가하든 뭘 하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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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사항전부증명(등기, 등기부등분), 건축물대장 표제부와 전유부, 경우에 따라서는 인터넷 등기도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은 발급일로부터 90일간만 사용이 가능한데 부동산 써브 모바일 2의 경우 임대주가 확인하기 위해 등기부 등본까지 첨부해야 한다.


임장 세군대 다녀왔다.


로뎀타워 - 공실률 0%. 이런 게 완판 신화라는 걸까? 분양도 100% 완료되었나?
다온플라자 2 - 준공인가가 났다고 하는데 아직 칸막이 공사도 덜 되었다. 여기가 나의 승부처가 되어 줄까?
이안시티 - 주차타워라서 주차는 엄청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엄청 깔끔하다.


로데오 거리는 경리단길, 황리단길처럼 번화가를 지칭하는 대명사다. 따라서 로데오 거리는 전국에 있고 ~리단길도 전국에 있다.


광고가 어려운 점


내가 초보여서 그런가? 광고를 올리는 루틴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광고를 올릴 물건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대표님 말로는 팔릴만한 걸 올리면 된다고 하는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 거래 조건이 무엇인지 너무 어렵다. 하루에 올릴 물건 10개를 준다면 그것 자체는 빠른 시간에 다 올리겠는데 물건 10개를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새로운 정보


물건은 결국 시행사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시행사에서 보내준 자료에는 도면과 단가등 거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다. 그중에 분양과 미분양, 선임대와 미임대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에서 분양가능한 물건을 올리고, 마찬가지로 미임대 물건을 올리면 된다. 빌딩 하나씩 조져야겠다.


병원은 abm, 메트로, 봄, 더원을 보여주면 좋다.


내가 있는 곳은 상가 전문 부동산이어서 그런지 인터넷 홍보는 부동산 써브를 활용한 네이버 부동산 광고만 한다. 직방, 다방, 호갱노노 같은 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상가수익률 계산 귀신이 될 때까지 연습할 것. 계산기로 바로 할 수 있게 요령 익힐 것.


20231012


오늘은 8개의 광고를 올렸다. 사진도 예쁜 말도 좋지만 우선 물량을 늘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구도심에서는 물건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신도시 상가는 분양물건도 공실도 넘쳐나기 때문에 일단 부동산을 알리는 게 첫 번째다. 소문이 잘나야 그만큼 손님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하루에 10개씩 꾸준히 올리고 광고물건을 300개로 유지해야 한다. 그 상태에서 다듬어 가야 한다. 일단 300개 정도 올리면 귀신이 되어 있지 않을까?


법인 등기명의 매물은 모바일 2 검증방식으로 광고할 수 없다.


상가 포괄양수 문제가 발생했다. 내 문제는 아니지만 매수인 측에서 임대사업자 등록 후 포괄 양도를 해야 하는데 그냥 일반으로 받아서 매도인이 환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20231013


하루를 일하더라도 내 일처럼 임해야 한다. 내일 후회가 없게 살아야 한다. 비록 소속 공인중개사지만 개업 공인중개사인 것처럼 임하자. 내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50만 원짜리 사무실에서 사업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할까? 그 마음으로 임하자. 이번달에 반드시 매출을 내보자.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자. 손님이든 지인이든 누구든 한 번이라도 더 요청하고 조르고 때 써야 한다. 상대의 아픈 손가락이 되자.


20231014


계약면적 x 평단가 = 분양가

분양가 ÷ 계약면적 = 평단가

분양가 ÷ 평단가 = 계약면적


한국의 대형 프랜차이즈나 병원, 학원들이 분양받지 않고 임대계약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임대료만큼 비용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액 현금으로 상가 분양하는 것은 기업차원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레버리지 활용이 안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대출인데 스타벅스처럼 토지를 매입해서 건물을 새로 올리지 않는 이상 상가 시세차익으로 수익 내는 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맥도널드는 평생 보유할 것처럼 부동산을 매입하는 수준이니 한국의 중소 프랜차이즈로서는 임대 후 경비처리가 좀 더 효과적일 것이다.


2주 차가 지났다.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하나도 없다. 다만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생겼던 의문점들이 하나씩 해소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업에 있는 건 그렇지 않은 것과 하늘과 땅 차이만큼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현업에 있으면 몰려드는 정보량이 상당하다. 1층 부동산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그만큼 사람 좋아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벽에 걸려 있는 지도도 이제 귓가에 무슨 빌딩이다 무슨 동이다 이야기만 들려도 눈으로 그 위치가 바로 보이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는 결국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매수자, 임차 희망인에게 전화가 와야 한다. 전화가 오면 전화로 끝내면 안 되고 반드시 미팅 날짜를 잡아야 한다. 어쨌든 얼굴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소통도 사랑 고백도 카톡, 디엠으로 하는 요즘 친구들에겐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언어에는 그렇게 많은 정보가 담기지 않는다. 최근 내가 법률을 안쓰럽게 보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엔 침묵해야 한다."


라고 했다. 이 말은 아름다움이나 정의같은 형이상학적인 것은 것은 언어로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봤다고 주장해도 말로는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듯이 말이다. 법률도 그렇다. 법이란 건 결국 말할 수 없는 것들은 깡그리 무시하고 사건 그 자체만 본다. 사건은 아무리 재구성해도 진짜 사건이 되지 않음에도. 그러니까 억울한 사람들이 생긴다. 악한 사람이 정의로워 보이고 가난한 사람은 모두 선하고 착할 것 같은 것도 그래서다.


어쨌든 벌어먹고 살려면 고객과 눈 보며 소통해야 한다. 3주 차에는 그럴 수 있길 바라야겠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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