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폴란드 일기 13
미리 예약한 플릭스 버스를 알렉산더 광장에서 탔다.
우리는 드레스덴에 다녀오기로 했다. 베를린에 들르는 여행자들은 포츠담에 많이 들른다. 역사 시간에 자주 접했던 ‘포츠담 회의’가 열렸던 포츠담이 가깝기 때문이다. 망설이다가 ‘드레스덴’을 선택했다.
드레스덴에 있는 ‘군대 역사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플릭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고, 좌석마다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었다. 독일은 버스, 철도, 택시 등과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베를린에서 드레스덴까지 2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도로는 도시를 통과하고, 꽃밭과 곡식이 자라는 밭을 지나 2시간만에 드레스덴에 도착했다. 신시가지 역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했다.
그러고는 걸어서 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에서 내려 공원을 통과해 드레스덴 ‘군대 역사 박물관(Museum of Military History)’에 닿았다. 군대 역사 박물관 정문에서 바라보면, 한쪽 모서리에 철과 유리로 한쪽 방향을 가리키게 만든 부분이 눈에 띈다. 이 건물은 예전에 무기고였으며, 새롭게 증축해서 ‘군대 역사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뾰족하고 삼각뿔 혹은 화살처럼 보이는 외관은 1945년 2월 13일, 드레스덴에 첫 번째 화염 폭탄이 투하된 방향을 가리킨다. 특히 철과 유리로 증축한 부분은 ‘투명한 군대’를 의미한다.
건물 꼭대기에서 이 윗부분에 다다르는 전망대가 있다.
락커에 가방을 넣고, 작은 짐들만 챙긴 다음 박물관 표를 사서 들어갔다.
1층 전시실에서 ‘카인과 아벨’이 나를 맞았다. 자신이 죽인 형제를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전쟁의 역사가 이런 ‘폭력’에서 시작했음을 알린다.
아이들이 즐겁게 끼는 장갑이 있다. 사슬로 연결된, 중세 시대 때 많이 착용했던 것으로 창과 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대다. 직접 껴볼 수 있는데, 안내문에 ‘벼룩’ 모양이 그려져 있다. 무겁고 불편했다. 무엇보다 손가락이 두 개씩 들어가는 이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 박물관에는 독일 군대 역사를 모아서 전시하고 있으며, 중세부터 2차 대전 이후까지 섹션별로 모아놓고 있다.
1910년 당시 군인들의 어깨 견장들을 모아서 조각보처럼 꿰맨 작품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물은 바로 떨어지는 폭탄이다. 당시 드레스덴에 떨어진 어마어마한 폭탄들을 떠올릴 뿐만 아니라, 전쟁이 벌어지면 머리 위로 이런 폭탄이 비처럼 쏟아질 것이다.
이곳에서도 케테 콜비츠를 만났다.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글자와 함께 어우러진 이 그림은 반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들에서 드러나는 ‘전쟁’을 모아서 전시한 곳도 있다. 전쟁이 벌어지면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겪는다. 가족을 잃고, 몸을 다치고, 집과 마을이 파괴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다. 그런 끔찍한 일은 장난감에도 반영된다. 인형들이 머무는 집은 병원으로, 환자 인형이 그 곳에 머문다.
꼭대기 층에 다다르면, 전망대에 들어갈 수 있다. 철판 바닥을 딛고 유리창으로 내다보면 드레스덴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나와 폐허가 된 드레스덴에서 수거한 흔적들을 보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연합군 공군이 드레스덴을 폭격했다.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되고, 2만 5천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구시가지가 심하게 파괴되어, 이 정도로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곳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얼마나 큰지 실제로 보았고, 공항에서 압수된 물품들을 살폈고,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전쟁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간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 피해가 점점 크고 규모가 강하다는 것 또한 모른 체 할 수 없다.
다시 버스를 타고 드레스덴 구시가지로 들어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높고 단단한 노랫소시가 들렸다. 소리를 좇아가, 광장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을 보았다. 주변으로 건물이 둘러싼 광장에서 부르는 노래는 공기를 울리며 마음에 닿았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드레스덴 구 시가지에는 ‘군주 행렬’처럼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많다. 이 건물들은 2차 대전 이후에 재건한 것이다. 반짝이는 지붕, 고풍스러운 벽, 말발굽 소리가 다그닥 다그닥 부딪히는 회랑들도 마찬가지다.
드레스덴 관광안내소 바로 옆에서 부서진 드레스덴 사진을 보았다. 구 시가지에는 아직 복원하고 있는 건물들도 있다. 워낙 피해가 커서 구시가지는 복원하되, 현재 신시가지로 불리는 지역은 땅을 편평하게 고른 다음 다시 건물을 지었다.
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앞장선 북을 따라 사람들이 길게 따라간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영어와 독일어가 섞여 있다.
‘환경과 미래를 위해 투표하세요.’
이 시위 행렬에 어린이, 청소녀와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새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당신들이 한 투표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그러니 투표할 수 있는 당신들은, 아직 투표권이 없는 우리가 외치는 소리를 들어라, 생각하고 투표하라!
나는 한참동안 그 행렬을 지켜보았다.
돌아오는 플릭스 버스 안에서 ‘더 캠프’ 앱을 열었다. 그리고 훈련소에 있는 둘째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을 받을 수 없지만, 둘째는 이 편지를 읽을 것이다.
보고 싶고, 그립고, 건강하길 바라는 단어를 찾다가 울컥했다.
그냥, 보고 싶었다. 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