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일지
없던 정마저도 더 떼어내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막장 드라마의 경지를 넘어 추잡하기 그지없다.
너덜너덜 나는 그렇게 갈가리 찢긴 종잇장 같다.
내일 아침 그의 얼굴을 마주치고 7개월 만에 너와 나의 시시비비를 제삼자 앞에서 가리게 될 대환장 파티를 12시간 앞두고 있다. 쉬이 잠이 오지 않는데 내 심리를 건드리려는 전략으로 오늘 오후 막장 소설같은 준비서면 하나가 상대로부터 도착했다. 증거로 반박해 주고 잘근잘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주면 되는데, 아직도 받을 충격이 남았는지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어떻게 내가 제출한 200페이지의 증거 중 하나를 채택해서 그것으로 또 새로운 소설을 쓰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십자가 밑에 울부짖으며 억울하다 기도할 뿐이다.
강하고 담대하게 당당하게 내일 아침 너를 떳떳하게 만나고 싶다.
고품격 이혼은 없다.
처절하게 더럽고 추악한 결혼의 민낯.
우리가 했던 맹세는 그저 쇼였을 뿐.
덧없고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