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일지
2022년...
지옥 같던 날들 중, 그래도 숨통 트이는 시간은 육아를 다 마친 뒤 자려고 누웠을 그 시간.
나는 OTT의 노예였다. 소몰이하듯 꾸역꾸역 하루를 시작하고 아이를 돌보고 지지고 볶고 하다 보면, 아이가 잠들고 난 뒤의 유일한 나만의 자유시간. 남편은 끊임없이 허공에 대고 나를 비난하고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는 채 나를 깎아내리려 분노가 조절이 안될 때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그리고 방바닥에 누워 내 삶과 다른 곳으로 몰입했다. 그게 유일한 나의 살아낼 방법이었으니까.
제목부터 내 맘에 훅 들어와 나도 해방되고 싶었다. 지옥 같고 끔찍한 나의 답 안 나오는 하루하루와 겹치는 듯한 드라마의 내용. 여주인공 미정이의 얼굴은 늘 굳어있었고 거울 속 내 모습도 늘 굳어있었다.
참고 손해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조차 낼 수 없는 그런 미정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하진 않았다.
반드시 이 쪽에서 저 편 너머로 뚫고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출발점이 아무 조건 없이 ABC를 몰라도, 1살짜리 어린애 같다 해도 있는 그대로 구 씨를 사랑했다.
사랑........
있는 그대로 상대를 사랑해 줄 순 없는 걸까. 미정이는 구 씨에게 추앙하라고 자기가 가득 채워지도록 만들라고 했지만 미정이는 이미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 보였다.
그게 단단한 그녀의 힘일 테지
해방을 갈구하는 미정이조차 나는 부러웠다. 당차게 추앙하라고 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도시의 일반적인 여자들처럼 끌어야 할 브랜드 유모차가 있는 여자들보다 아이는 업고 다니겠다는 미정이의 강단이 부러웠다.
나의 구 씨, 나의 아들.
엄마도 미정이 같은 힘으로 널 있는 힘껏 추앙해서 네가 자뻑에 빠져 훨훨 날아갈 수 있게 그렇게 살고 싶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이 광야의 터널이 언제까지 터널로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오늘 하루 견뎌내고 살아낸다.
드라마 작가는 위대하다.
그 주옥같은 말맛의 향연 덕분에 숨통이 트였고 위로를 받았다.
오늘 하루 나도 나에게 추앙받고 싶다.
인정사정없이 우리 서로 추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