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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뚝이 Sep 20. 2024

오늘을 산다

나의 이혼일지

 아이가 아빠에게 면접교섭을 간 날은 나에게 휴식이기도 하고, 아직은 불안함이 엄습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시간이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하지 못하던 것들. 예를 들면 보고 싶었던 OTT 프로그램을 원 없이 본다던가 한낮의 위로인 먹태를 주문해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신다던가 그렇게 소소한 일과를 보낸다.


혼자여서 가능한 시간들 그리고 혼자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들 그 가운데 나는 오늘을 살고 있고 외로움에도 익숙해져 간다. 둘이었을 때 외딴섬에서 따로 사는 것만 같던 그 외로움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나는 지금 온전히 혼자인 이 외로움의 터널에 꽤 의연해져 간다. 소송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2박 3일 거의 낮엔 잠만 자고 밤엔 아이가 품에 없는 그리움에 잠을 못 자 불도 끄지 못하고 살았더랬다.

오늘은 밀린 빨래도 했고, 서랍장 정리도 했고, 내일까지 미뤄뒀을 설거지도 했다.

오늘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에 감사한다.

소소하게 조금씩 감사하는 이 순간이 축복이라는 걸 꽤 큰 대가를 치르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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