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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뚝이 Sep 20. 2024

하갈과 이스마엘

나의 이혼일지

 2020년 11월.

그때 나는 울면서 집을 뛰쳐나왔지.

시댁 큰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울며 도망간다 했지.

난 참 그랬어. 보통 여자들이라면 누구도 상상할 수 없게 그렇게 시댁 사람들과 참 두루두루 살갑게 지냈어.

정작 가장 애틋해야 할 남편과는 골이 깊어졌고 시댁에서 조차도 나를 이해해 줬지.

남의 편이 그리고 그 남자의 아버지 시부때문에 생겨나는 갈등때문에 이 집 여자들만 죽어간다는 사실에 나는 참 둔하게 무뎌져갔어.

결혼생활이 힘겨워서 희미했던 신앙까지 생기고 아이러니하게 네 덕에 내가 하나님을 만났다. 죽을 거 같아서 힘들어서.

시댁 큰어머니 시어머니 그리고 시댁사촌시누이 그리고 시댁의 며느리인 나. 우리 4인조는 성경공부를 그렇게 몇 년이나 했다. 남들한테 이 얘길 하면 참 대단한 조합인데 괜찮냐 먼저 물어보곤 했지. 그래 괜찮을 리 있나. 믿음 안에서 동역하는 이들이라 해도 '시'는 '시월드'인걸..... 완벽히 내 안의 곪음을 드러낼 수도 없었던 지금 생각하면 가식의 순간들도 많았겠지.

시댁 큰어머니는 창세기에 나오는 하갈의 성경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하나님, 저 도망갑니다."

  "네가 어디로 가느냐 너의 자리는 다시 너의 주인 사라에게로 돌아가거라" 란 구절만 내리 읊어주셨다.


오늘 아이와 아이의 성경동화책을 읽고 잤다.

그때는 무지했던 나에게 새로운 반전이었다. 하갈과 그의 아들 이스마엘은 결국 하나님 허락하에 새로운 땅으로 탈출해 간다는...!

그 때의 내가 떠올랐다. 이 광야의 끝엔 반드시 축복이 있으리라. 이렇게 될 일이었으니 후회나 자기 연민 혹은 죄책감은 더 이상 내 마음 한 톨도 내어주지 말자고 그렇게 내게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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