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일지
아침에 먹고살겠다고 다시 시작되는 사무행정수업 출석을 위해 나가 본다.
여름의 청록함이 어느덧 가을자락의 시원함으로 바뀐 아침이었다.
사무행정 수업은 뒤늦게 배움에 열의에 찬, 장성한 자제들을 둔 늦깎이 어머님들부터 나와 같은 육아맘까지 한데 어우러진 나에겐 또 다른 새로운 자극제다.
연세 있으신 분들의 열정과 또 같은 아들을 키우는 아들 둘 육아맘의 재도전을 통해 나도 같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겉으론 밝은 나에게 쏟아지는 속 모르는 질문들. 시댁이야기 남편이야기.... 둘째 이야기... 난 그런 거 이제 없는데요 할 수 없으니 그냥 그런대로 예전처럼 적당히 답하고 말지만 씁쓸한 맘은 여전히 감추진 못한다.
평생 법원 문턱 밟을 일 있을 거라 생각지 못한 인생. 한 치 앞도 모를 내 인생.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나의 만 30대의 끝자락의 이 여름이 끝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괴롭고 힘들어도 지금이 그렇듯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진 아무도 모른다.
좋은 방향으로 지금보단 조금은 더 나아질 거란 소망을 품으며 2023년 나의 지독히 찬란한 여름이 가고 있었다.
아쉽게 마지막을 위한 울음을 처절히 내뱉는 바깥의 매미들의 아우성도 짙다.
아들의 하원 10분 전이다.
이렇게 삶은 계속된다. 안녕. 잘 가 아픈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