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일지
조정 이혼을 신청하고 나서, 두 번의 조정을 거치고 양육권 싸움이 치열해서 소송으로 돌입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소장이란 거 접수하고 2주 만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탔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와 나를 어찌 미행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운전석엔 시부 뒷좌석에 시모 그리고 정류장엔 남편이 대기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를 들쳐 안고 뛰는 걸 순식간에 차에 뛰어들어 출발하려는 차를 잡아 그야말로 진흙탕의 그랜드 오픈 대환장 파티의 서막이었다.
길바닥에서 울고 행인이 경찰에 신고해 주고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쳤던 그날은 앞으로 절대 지워지지 않을 생채기 가득한 날이었다. 그 일로 한 때 가족이었던 우리는 고소까지 하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까지 하고 두려움에 약 2주간을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사전처분. 임시 양육권자 지정을 받아야 소송 결과 끝까지 내가 양육권을 가져올 확률이 높았기에, 아이를 뺏고 뺏기고 한다는 어느 이혼카페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에게도 펼쳐졌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 눈앞에 일어나니 온몸이 부들부들 사지가 떨렸다.
성수동 사거리에서 영하의 날씨에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구경꾼이 되건 말건 바닥에 주저앉아 필사적으로 버텼다. 정말로 우리가 완벽한 타인이 되기 위한 더러운 똥물까지 토해내고야 끝날 개막장 싸움의 서막이 열렸다.
우리가 사랑이란 걸 했던 게 맞는 걸까.
너와 나는 가족이었을까.
드라마에서 나오는 쿨한 이혼은 현실에선 적어도 나에겐 사치였음을. 결국 네 시간 만에 극적으로 아이는 내 품으로 돌아왔고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정말 말 그대로 등신같이 서럽게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며 차를 타고 돌아갔다.
성깔 불같은 시부는 아마 그랬겠지.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서 일을 성공 못 시켰다며 아마 시모와 그를 얼마나 면박을 줬을지 안 봐도 훤하다.
자신의 이혼마저 자신이 아버지가 휘두르도록 먼발치서 관망만 하던 약하디 약한 그 남자여.
이 하남자여. 네가 내 남편이었음이 한없이 하찮았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전쟁의 서막은 시작이었다. 우린 이제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타인이 되기 위한 사건을 뒤로하고 열심히 싸우는 중이다. 유난히 시렸던 겨울을 뒤로하고 한 번의 봄날이 지났고 이젠 한여름의 중턱이다.
언제쯤 이 싸움이 끝이 날까.
이혼 소송이 시작되며 먼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사치요, 하루하루 허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삶의 신조가 바뀌었다.
오늘 하루, 오늘만 산다. 그러면 가슴이 답답하던 것도 불면증도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문득문득 훅 튀어나오는 자기 연민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두려움에 잠식되곤 하지만, 그래도 난 지금이 좋다.
그것만큼은 확고하다.
오늘도 스스로 쓰다듬어준다.
뭘 해도 잘 될 나라고 위로 한 번하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