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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Jan 31. 2021

뉴욕커들의 특징

10년 차 뉴욕인 에세이

오늘은 10년 동안 뉴욕에서 살면서 알게 된 뉴욕커들의 독특한 특징들을 정리해보겠다. 여행을 오셨던 분들이나 사셨던 분들은 깊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아직 안 오셨던 분들은 오실 때 참고하셔도 좋을 거 같다.


1. 일단 사람들이 빨리 걷는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걷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굳이 약속이 있어서도, 중요한 자리에 늦어서도도 아니다. 그냥 기본 태세가 속보이다. 물론 오자마자 빨리 걷게 된다기보다 뭐든지 빨리빨리 돌아가는 생활에 맞춰지다 보니 걸음걸이도 빨라지는 것인데, 나 같은 경우는 인턴 시절 심부름을 하며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인턴을 하다 보면 fashion district로 필요한 천, 가죽, 등  재료들을 사러 갈 일이 많았다. 그럼 또 인턴인지라 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싶은 마음에 걸음이 빨라졌는데, 그 속도가 차츰 익숙해지며 내 기본 걸음 속도가 되었다.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학창 시절 스웨덴생 베프랑 둘이 저녁에 걷는 것을 좋아했다. 첼시 24가쪽에 살았던 우리는 5th Ave로 가서 60가를 찍고 돌아오는 걸 좋아했는데, 하루는 33가 펜스테이션에서 60가 센트럴파트 안에 들어가기까지 20분이 채 안 걸렸다. 30 블록을 20분 안에 걷는다는 건 조깅해서 간다 해도 쉽지 않은 미션이다. 아직도 내 주위 친구들은 믿기를 어려워한다. 내 스웨덴 베프랑 나는 아직도 통화하면 "우리 그때 20분 만에 센트럴 파크 찍었잖아" 하며 둘만의 자랑스러운 추억을 되새긴다.

따라서 빨리걷는 뉴욕커들이 동일하게 싫어하게 되는 부류들이 있는데, 길막하며 늦게 걷는 여행자들이다. 뉴욕에서 몇 년 살다 보면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아 투어리스트들 엄청 느리게 걸어. 길을 막을 거면 옆으로나 비키던가."라고 말하게 되는 본인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가끔 무례한 로컬들은 지나가면서 뭐라 뭐라 한마니 던지고 가니, 기분 나쁜 상황을 피하시려면 내가 남들보다 늦다 싶으면 옆으로 살짝 피하시라 권하고 싶다. 


2. 뭐든지 올가닉 올가닉.

"미국 사람"이라고 하면 배 두둑한 백인 미국인이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먹고 있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뉴욕커는 다르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높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주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운동이 습관화가 돼있고, 음식재료를 고를 때도 하나하나 까탈스럽게 고른다. NON-GMO부터 해서 올가닉이라고 쓰여있는 것만 주로 사 먹는 사람들이 많고, 싱싱한 샐러드, 채식주의로만 먹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Wholefoods라고 한국으로 치면 롯데마트에 장 보러 간 어느 날, 내 체구의 두배 되는 건장한 근육질 청년을 보았다. 도대체 뭘 먹길래 몸이 저렇게 좋지 생각하며 카트를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죄다 푸른 샐러드에 올가닉 야채 올가닉 음료로 꽉 채워진 카트를 보며 나는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뉴욕에서는 맥도널드를 잘 가지 않는다. 가끔 갈 수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생각하는 맥도널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음식도 건강하지 않을뿐더러 약간 게토 한 분위기에 험악해 보이는 사람들이 주 고객인지라 들어가기 꺼려지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건강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때문에서 인지 Equinox라고 한 달에 정액권만 30만 원씩 하는 다소 비싼 헬스장이 맨해튼 동네마다 퍼져 있고 모든 브랜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뿐만아니라 요가, 핫요가, 필라테스, 테니스 등등 다양한 운동 클래스와 스튜디오들이 각 동네마다 몇 개씩이나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센트럴파크나 허드슨강, 배터리 파크를 가면 열심히 땀 흘리며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3. 물가 개념의 상실.

이미 예상하시겠지만, 뉴욕의 물가는 살인적이다. 다른 도시들이 비싸다 비싸다 해도 뉴욕만큼 뭐든지 다 비싼 동네는 찾기 힘들 것이다. 회사다니며 매일 테잌아웃하는 샐러드 점심이 2만 원 정도이니 저녁에 한 사람당 5만 원-10만 원은 그냥 나올 때가 많다. 장 봐서 집에서 해 먹는다 해도 별로 저렴하지 않다. 장 보러 가서도 꽤나 가격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일 요거트 계란 고기 해산물 딱 내가 한 손으로 무겁지 않게 들 정도만 사고 나와도 매주 15만 원은 거뜬히 넘는다.  이런 물가에 익숙해져서 살다 보니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다 보면 "어 뉴욕보다 싸네" 하며 막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 다른 곳에서 가격이 정말 싸서 그런 일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뉴욕을 벗어나면 물가가 싸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한몫한다. 사실은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것도 비교하는 대상이 워낙 overpriced 된 뉴욕 물가를 생각하니 뭐든지 싸 보이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4. 새벽까지 달린 후 피자로 해장.

바로 위에 건강을 우선시하는 특징과 살인적인 물가를 언급했지만, controversial한 또 한 가지 특징이 있으니 바로 1달러 피자이다. 본래 피자는 미국에서 시카고가 가장 유명하다지만, 새벽 4시에 먹는 1달러 피자는 뉴욕커의 특징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실 일이 많기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나 역시 3.1 Phillip Lim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애프터 파티에서 새벽까지 진탕 마시다가 다 같이 피자로 해장하고 헤어졌었다. 딱 봐도 좋은 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맛은 특별한 집을 찾기 어렵지만, 갓 구워낸 피자이기 때문에 따스하게 호호 불며 먹다 보면 첼시에 있는 40불짜리 Grimaldi  피자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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