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의 방문

" Grandparents "

by 야미

샤워기 호스를 뺏어가 아이 정수리에

물을 세게 뿌리고는

아이의 얼굴을 어푸어푸 비벼서 씻겼다.



떠나 달라는 통보가 있은 그날 이후 홈맘은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인지의 여부를 매일 물어봤다. 일은 구했는지. 지낼 곳은 구했는지. 끊임없이 물었다. 얼마 뒤 내가 일을 구했고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자 그들은 말했다.


"부모님이 오시기로 한 날짜에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나가기로 한 날짜보다 더 있어줄 수 있어?"


"대충 어느 정도?"

"2주면 될 것 같아!"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말하며 간절히 부탁했다. 그래서 난 입사날짜를 미뤘다.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던 홈맘은 부모님이 정상적인 날짜에 오자마자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홈맘은 아이들의 돌봄이 조부모님에게 넘어갔으니 나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포켓머니(베이비시터 주급)도 주는 것이 아까운 눈치였고, 방을 빨리 비워줬으면 하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조부모님이 도착한 뒤, 아이들의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오의 180도 달라진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여러 번의 소동 끝에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를 경계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아이는 나를 곁눈으로 흘겨보며 일부러 인사도 안 하고 지나쳐버리곤 했다. 마치 '너는 남이고, 나는 이제 든든한 내편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또다시 서열정리를 한 것이다. 얄미운 아이의 행동에 꽤나 속상했다. 다행이도…


케이토는 여전히 나를 찾았다. 태어나 두 번째로 만나는 할머니가 낯설었는지 아이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좋아했다. 할머니가 밥을 주면 거부하고 내가 밥을 먹여주길 바라는 케이토, 졸린 눈으로 내 품에 기대어 안겨있는 아이의 모습은 나에게 작은 위로였다. 책을 읽어달라고 몇 번이고 떼쓰며 다가오는 아이를 보며 '그래도 아이가 나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구나.'라는 생각에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케이토를 씻기러 갈 때마다 할머니의 간섭이 시작됐다. 나는 아이의 얼굴에 물이나 샴푸가 묻는 것을 막으려 조심스럽게 씻겼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하면 아이가 힘들다"며 한 번에 물을 뿌려 빨리 끝내라고 말했다. 그리곤 샤워기 호스를 뺏어가 아이 정수리에 물을 세게 뿌리고는 아이의 얼굴을 어푸어푸 비벼서 씻겼다. 몇 개월간 나름대로 아이를 위해 만들어 온 내 방식이 한순간에 무시되는 것 같아 기분이 점점 상했다.


가족이 완전체가 되면서 나는 완전히 남이 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들이 계속해서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기도 했다. 홈맘은 방은 구했냐고 반복적으로 물으며, 내가 빨리 나가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분명, 부모가 오기 전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2주 더 있어달라고 부탁하던 그녀였는데……..


결국, 나는 먼저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제 도움이 필요 없으신 것 같으니,

그만 떠날게요."


이번 경험은 나에게 큰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인내심도 많이 생겼다.


이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 앞에 펼쳐질 새로운 길을 준비하려 한다. 서운함은 있었지만, 이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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