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ㄴ. 세상에 대고 NO를 외치다.

by 다운 Mar 03. 2025

어릴 때부터 홍대병같은 기질이 있었는지, 유행하던 혈액형 별 특징에 걸맞는 행동을 하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는 모두가 YES인 세상에 NO를 외쳐댔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생물학적으로 B형이라는 것을 알고난 후부터는 아니다. 그저 내가 가진 생각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언젠가부터 깨달았을 뿐.


아주 어렸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교과와 미술, 음악, 웅변을 종합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다녔다. 그곳에서 웅변을 배우며, 목소리를 크게 내는 방법을 빠르게 익혔던 것 같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으로 옮긴 후, 아이들과 다같이 합창을 배우던 날이었다. 선생님은 유달리 큰 목소리를 가진 내게 독창을 시켰고,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과 6학년, 성악 대회를 나가 은상을 받았다.

함께 합창을 배우던 아이들은 무대에 나가는 것, 그 이전에 많은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독창과 성악 대회 권유를 순순히 수락한 나를, 아이들은 만류했다. 그때는 이유를 잘 몰랐다. 홀로 넓은 곳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를. 지금도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낯선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싫어한다. 편식이 심한 편이다. 지인들과의 식사 약속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먼저 식당을 고르거나, 이미 결정된 식당의 이름과 메뉴를 샅샅이 훑어본다. 까다로운 식성 덕분에, 나는 또 한 번 NO를 외쳤다.

지금은 회를 어느 정도 먹는 편이지만, 몇 년 전까지는 해산물을 거의 먹지 못했다. 부산 사람답지 않게 바다의 비릿한 향과 맛을 멀리했다. 일식집을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덜컥 겁이 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난 따로 혼자 먹을 테니까, 너희들끼리 다녀 와. 다 먹고 카페에서 보면 되지."

다같이 만났음에도 대뜸 혼자 밥을 먹겠다는 말에, 친구들은 깜짝 놀라거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억지로 싫어하는 음식을 먹고 체할 바에야 혼밥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과 행동이 다소 특이하게 보였나보다. 결국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 식당으로 노선을 틀었다.


티끌의 성취감도 느끼지 못해 퇴사를 한 지 반년이 지났을 때 즈음이었다. 추석에 들었던 잔소리를 거듭 듣고 싶지 않아, 설 연휴에는 집에 박혀있기로 결심했었던 어느 날이었다. 재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내 근황은 엄마의 입을 통해 할머니의 귀에 들어갔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오해하셨는지, 그렇게 합격 확률이 낮다던 공무원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라고 제안한 할머니의 말은 또 다시 엄마의 입을 통해 내 귀에 들어왔다. 터무니 없다면 정말 터무니 없는 제안을 향해, 나는 소리 없이 NO를 외쳤다.


유튜버를 도전한다는 누군가가 있었다더라. 누군가의 지인들은 유튜버로 돈 버는 게 쉬운 줄 아냐는 둥, 너가 그렇게 특별한 줄 아냐는 둥, 비난과 비웃음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자신의 앞길과 다른 생각들은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로 판단한 후 NO를 외쳤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양분이 되는 것만을 받아들여 인기 유튜버라는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NO의 의미는 대체로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YES라는 대답에 반대한 것일 뿐인데. 다른 것은 정말 나쁜 것일까?


어쩌면 YES를 들고 있는 많은 사람 중, NO를 외치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NO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똑같은 색깔을 가진 그림 속에서 다른 색을 내비치면 유달리 튀어 보일까 봐, 톡 튀어나온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너는 틀렸어'라는 생각이 담겨 있을까 봐.


하지만 NO를 외쳤을 때 가치있는 상을 받았고,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은 남들과 다른 나를 위한 것이다.

이전 01화 ㄱ. 글에 빠지기 시작한 건 언제였더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