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남편은 양육비를 줘야 할까?

동의 없는 배아이식, 사랑이 끝나면 책임도 끝날까?

by 유창한 언변
사랑이 끝나면 책임도 끝날까?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책임도 끝나는 걸까.


 최근 언론에 공개된 이시영 씨의 사례는 이 질문을 법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혼인 중 냉동 보관된 배아가, 부부의 이혼 이후 여성 단독의 결정으로 자궁에 이식되고 출산에 이르렀다면, 그 자녀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더 정확히 말하면, 전 남편은 법적으로 그 자녀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이 사례는 단지 한 연예인의 사생활이 아니다. 과학이 가능하게 만든 생명, 그리고 가족을 구성하는 법적 요건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이 사건은 법과 윤리의 경계선을 다시 그려보게 만든다.


부부였던 그들, 부모가 될 준비는 끝났을까


 이시영은 이혼 후, 폐기 예정이던 냉동배아를 자신의 몸에 이식받아 임신했다. 이 과정에서 전 남편은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전 남편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적으로 이 경우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식 과정 자체의 적법성.
 둘째, 자녀와 전 남편 사이의 법적 관계.
 셋째, 그 관계에서 파생되는 양육비·상속·친권 등 권리와 의무다.


동의 없는 배아이식, 법적으로 가능할까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체외수정에 따른 배아 생성에는 배우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동조 제2항에 따르면, 또한 배아생성의료기관은 서면동의를 받기 전에 동의권자에게 위 사항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67조(벌칙)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제2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서면동의 없이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제67조에 따른 처벌 규정은 주로 서면동의 없이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한 행위에 대한 것으로, 이혼 후 일방의 동의만으로 배아를 이식한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의 경우, '이미 생성된 배아'를 이식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제도적 공백이 존재하는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것이다.


법은 '인지'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묻는다


 민법 제863조는 자녀 또는 법정대리인이 부 또는 모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지란, 혼인 외에서 태어난 자녀를 부모가 법적으로 자기 자녀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부모가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있으면 법원에서 "당신의 자녀입니다."라고 확답을 해버리는 것이다. 인지가 이루어지면, 자녀는 부모의 법률상 자녀가 되며, 부모는 친권과 양육책임, 상속권 등 모든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양육비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법원은 부모의 양육책임을 현실 양육 여부와 무관하게 인정한다. 양육비는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의무로, 혼인상태나 양육 여부와 관계없이 부모 모두에게 부과된다(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특히 주목할 점은 과거 양육비까지도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민법 제860조(인지의 소급효)는 "인지는 그 자의 출생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제삼자의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녀의 양육에 드는 비용인 양육비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원칙적으로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사정으로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는 양육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현재와 장래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 상대방이 분담하는 것이 상당한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24. 10. 8.자 2023스637 결정).


이름을 얻은 아이는 상속인도 된다


  민법 제1000조(상속의 순위)에 따르면 상속인의 직계비속(자신의 자녀, 손자녀, 증손자녀 등 아래 세대에 해당하는 혈족)은 1순위 상속권자다. 그렇기에 인지가 이루어지면 자녀는 법적으로 당연히 부모의 상속인이 된다. 이 말은 곧, 법적 인지가 이루어진 자녀는 아버지의 사망 시 법정상속인으로서 정당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정할 수 있을까, 친생부인의 소


 전 남편이 ‘나는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 수 있을까.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등으로 혈연이 입증될 경우, 이 소송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미 전 남편의 유전자가 포함된 배아를 이식한 상황이므로 친생부인의 소가 받아들여지기도 힘들다.


관계는 끝났지만, 책임은 남는다

 이시영 사례는 단순한 연예계 에피소드가 아니다. 법이 어디까지 사랑의 흔적을 기억하고 추적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배아는 과거의 사랑이 남긴 생물학적 가능성이었고, 그 가능성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법적 책임으로 돌아왔다.


전 남편이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은 의미 있는 태도다. 그러나 책임을 지기 싫은 생물학적 아버지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책임은 법적 제도로 입증되어야 하고, 법적 공백은 빠르게 메워질 필요가 있다. 난임 시술, 인공 수정 등이 빠르게 발달하는 사회에서, 관련 법이 사랑과 책임을 모두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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