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들을거라면 더 잘 들어봅시다.
경청 잘하는 법 ―
적극적 경청의 4단계 기술
상담가, 간호사,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가 ‘적극적 경청’이다. 단순히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에 능동적으로 반응하여 이해와 공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말한다.
사실 이 기술은 상담실이나 병동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누군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도 적극적 경청의 기술을 활용하면 관계는 훨씬 따뜻해진다.
적극적 경청은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 연습할 수 있다. 바꿔 말하기, 감정 짚어주기, 타당성 부여하기, 그리고 동일시. 각각의 기술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대화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상대의 말을 단순히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진정성을 잃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내 언어로 치환해 다시 들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얼마 전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축하합니다. 정말 대단한 자리로 승진하셨네요.”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또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에는 “그렇죠. 아이 키우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라고 답해보자.
이처럼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내 말로 다시 풀어내면, 상대는 ‘내 말을 제대로 이해했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충분히 공감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적극적 경청의 두 번째 단계는 상대의 감정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사실 정보보다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은행 직원이 불친절했어요.”라고 말하면 “정말 답답했겠네요.”라고 반응한다. “아들이 임용됐어요.”라는 말에는 “정말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상사가 힘들게 해요.”라는 말에는 “진짜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화자 스스로 드러내기 어려웠던 감정이 타인의 언어로 정리되면서, 약간의 속 시원함을 경험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상대의 감정이 ‘당연하다’고 확신을 주는 것이다. 이는 ‘당신이 잘못된 게 아니라 옳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강력한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조직검사했는데 너무 걱정돼.”라는 말에는 “조직검사라니, 정말 놀랐겠어. 조직검사 앞두고는 누구나 긴장하지.”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남친한테 너무 화가 나.”라는 말에는 “그런 상황이면 부처님도 화낼 걸…”, “일이 너무 많네요.”라는 말에는 “그 정도 분량이면 진짜 월급 두 배는 주셔야 해요.”라고 반응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단순히 공감받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감정이 타당하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제대로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이 힘듦을 토로 할 때, 나 역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사기 같은 경우, 자신이 바보처럼 당할 지 몰랐다고 자책하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는, "이 정도로 치밀하게 속인 거면, 피하기가 참 힘들어요.", "작정하고 속이면 안 속을 수가 없어요."처럼, 속을 수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를 덧붙여주려고 한다. 훨씬 더 홀가분해진 피해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단계는 상대의 감정을 나의 감정과 동일한 위치에 놓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나도 네 입장이면 똑같이 느꼈을 거야’라는 태도다.
예를 들어 “차 수리에 일주일 걸린대요.”라는 말에는 “와 저라도 너무 답답하겠는데요.”라고 말한다. “이번 휴가 때 하와이 가기로 했어요.”라는 말에는 “대박, 제가 다 설레네요.”라고 반응한다.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공감해주는 순간, 상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느끼는 동반자를 만난 듯한 기쁨을 얻는다.
맺으며
경청은 단순히 ‘말을 듣는 것’이 아니다. 바꿔 말하기, 감정을 짚어주기, 타당성을 부여하기, 동일시의 네 단계를 활용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고 있다는 깊은 확신을 갖게 된다.
상담가와 간호사처럼 전문직에서 사용하는 이 기술은, 사실 누구나 일상에서 연습할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이 네 가지 기술을 떠올려 보자. 듣는 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훨씬 따뜻하고 단단하게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