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안 되는 남자 취미
나를 더 외롭게 만든 그의 취미 게임과 낚시
우스갯소리로 결혼하면 안 되는 남자 취미로 게임, 낚시, 사진을 꼽는다. 게임은 가상의 세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느라 와이프를 외롭게 할 수 있고, 낚시는 말 그대로 밖으로 나가 집에 없어서 외롭게 하고, 사진은 시즌마다 출사에 끝없는 장비 욕심으로 가산을 탕진할 수 있어서란다. 취미야 여가시간을 보내는 개개인의 방식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결국 나의 결혼생활에 발등을 찍었다.
연애시절 그의 취미는 운동이라고 했다. 퇴근하면 바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집에서 쉬는 것이 일상이라 했고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이 보기 좋아 보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면서 그의 진짜 취미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일 저녁에 그가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가끔 일찍 잠들어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그의 말을 정말 순진하게 믿었다. 만나는 시간도 부족해 주말에는 게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가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게임을 하고 있으면 어머니께서 밥상을 차려다 주실 정도로 그는 진정한 겜돌이였다.
처음엔 컴퓨터게임을 주로 하다가 용서가 허락보다 빠르다며 그는 상의도 없이 덜컥 플레이스테이션을 사 왔다. 그 후로 게임으로 인한 갈등이 점점 심해졌다. 평일 저녁을 먹고 나서나 주말이 되면 나는 좀 밖으로 나가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그는 게임 때문에 집 밖을 나가기 싫어했다. 그가 그렇게 좋아하고 또 같이 하고 싶어 하니 처음에는 나도 게임을 배울 요량으로 같이 해봤다. 하지만 게임도 잘해야 재밌지 영 소질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시간 낭비 같았다. 현실세계에 설거지와 개야 할 빨래가 쌓여있는데 가상세계 속에서 조이스틱으로 AI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게임을 하면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게임을 하고 있는 그를 볼 때마다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나는 정말 외로움을 느꼈다. 게임 때문에 자꾸 서로 다투게 되자 하루는 그가 이것 때문에 맨날 싸우니 아예 자기가 없애 버리겠다며 플레이스테이션을 부숴버리겠다고 했다. 그때 돈 생각 하지 말고 말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플레이스테이션 업그레이드까지 시켜가며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고 심지어 여섯 살인 아이에게도 게임을 시켜준다. 남편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속이 터졌는데 아이까지 거기에 합세하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미 게임 맛을 본 아이는 엄마 언제나가? 하며 내가 집 밖으로 나가기 만을 기다린다 그래야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으니..
주말에 집에 있으면 심심한 아이는 조금 놀다가 금방 티브이를 틀어달라거나 게임을 시켜달라고 한다. 아이와 실랑이하느니 밖으로 나오는 것이 편해서 주말마다 아이랑 뭐 할지 고민하고 어디를 갈지 고민한다. 사람마다 교육관이 다 다르겠지만 금수저는 못 물려줘도 아이에게 어린 시절 다양한 경험과 즐거운 추억들을 선물하고 싶다. 그건 아무래도 나의 어린 시절의 아쉬움들이 투영돼서 일지도 모르겠다. 먼 곳까지 운전하고 가서 혼자서 아이를 케어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들이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신나게 노는 아이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고 부모로서 보람을 느꼈다. 처음에는 항상 그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했었는데 한 번 두 번 거절이 쌓이다 보니 또다시 갈등이 되고 상처가 되어 나중에는 편모 가정처럼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그즈음부터 그는 낚시를 시작했다.
한번 빠지면 제대로 하는 그는 이번에도 그러했다. 수십대의 낚싯대를 사고, 1인용 카누와 어류탐지기까지 샀다. 각종 루어와 낚시 도구들로 이미 그의 방은 꽉 찼음에도 날마다 택배가 배달되었다. 낚시가 제대로 하면 골프만큼 든다더니 자세히는 모르지만 월급의 대부분을 낚시에 쏟아붓는 것 같았다. 하루는 쌓여있는 택배상자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명품백 모으는 것과 뭐가 다르지? 나는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아이랑 외출할 때 도시락을 싸고 간식을 챙기는데ᆢ미래에 대한 생각과 고민 없이 소비하고 있는 것 같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제일 아쉬운 것은 주말 내내 낚시를 나가다 보니 아이가 아빠랑 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주말 아침 텅 빈 방을 보며 아빠는 낚시 갔나 보네 하며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이. 새벽 일찍 낚시를 가다 보니 다녀와서는 보통 낮잠을 자고 그러다 보면 벌써 하루가 다 간다. 혼자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이도 아빠와 같이 온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있을 텐데 혹여 서운하거나 아쉽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어린 시절 아버님과 많이 놀아보지 못해서 그런지 그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그저 TV를 틀어주고 게임을 시켜주는 것이 아이와의 놀이라고 생각한다. 낚시를 위해서는 새벽 기상도 두세 시간의 장거리 운전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왜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답답할 따름이다
낚시를 하도 좋아하니 아이와 따라가겠다고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러면 낚시도 안되고 아이도 놀만한 곳이 없으니 안된다는 거였다. 아이가 9살이 되면 낚시를 데리고 다니겠다고 하는데 그때가 되면 친구와 놀기 좋아하는 아들이 과연 낚시를 위해 아빠를 따라나설지 의문이다 아이는 날마다 자라고 있고 아이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매주 나가는 낚시에 불만을 표하면 자기가 낚시를 시작한 건 아이와 매주 나가는 나 때문이라며 화살이 나에게 돌아온다
시댁에 가도 낚시를 가는 그. 혹여 내 편이 되어주실까 싶어 주말마다 낚시 가는 통에 독박육아로 힘들다고 하소연해 봤지만 그래도 게임 안 하고 운동되는 낚시 하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시부모님. 내가 시부모님 딸이었어도 과연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생각해 보면 주말도 이틀이나 있고 잘 타협하면 각자의 여가시간과 취미생활을 서로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계속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우리가 참 바보 같다
평생을 함께 하는 결혼생활.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취미가 맞아서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고 설사 안 맞더라도 타협이 가능한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들 나와 같은 과오를 겪지 않기를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