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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희망으로 오는 이유

by 이문웅

가을이 희망으로 오는 이유

사람을 죽일 듯 달려들던 더위는

말없이 전선을 물리는 장군은

그렇게 떨치던 태야의 시위를

다가올 불장난에 내려놓았다.


푸르름을 뽐내던 이들이여!

에어컨 밑에서 죽어가는

풍란의 화려함을 아는가?

태양 저주 속에 원망을 해도

푸르름은 세상의 양식이었다.


가을 들판이 펼쳐질 시간

푸름이 누렇게 익어갈 무렵

봄여름 이 날만을 기다리며

태풍에 잠 못 이룬 강화 농부는

들판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낙엽이 떨어지기도 전에

벌써 하얀 눈 속에서 익어갈

고구마 생각에 서해로 떨어지는

석양마저 그냥 지나가는 바람처럼

가을 그렇게 왔다 가더라


너를 보내고 다시 찾은 그 언덕

바라보는 사람이 한숨 섞인 소리로

나직이 노래를 하며 그리운 것인지

먼 산을 둘러보며 울먹인다.


떠나갈 것을 알면서 마음 준 사랑

오랫동안 들리던 바이올린 소리에

자음 모음 갈기갈기 찢어서

하늘로 보내도 앙상한 나무에

새순이 돋고 다시 가을은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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