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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통천

사죄하라. 세상 앞에서

by 이문웅

새로운 세상 도래할지니

진흙탕에서 구르던 달팽이들과

연꽃이 같을 수는 절대로 없다.

사바나의 하이에나 마냥

썩은 고기가 위장에 잘 어울리던

짚신 신은 신사가 아니었는지


바위틈바구니를 헛돌며 그곳이

니 세상인양 호기롭게도 살았느냐!

또 새로운 세상이 온다니 그 작은 세상에서

꿈틀 다시 하늘을 보려 안간힘을 쓰는구나.


들판에 피는 꽃들이 너보다는 크고 넓은

멋진 세상에서 핀다는 걸 알리가 있게냐만

하늘이 열린다 한들 그 꽃들이 관심이 나있던가

무지렁이들아! 하늘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라!


흐린 하늘에 물이 뿌려지는 날

어머니의 양수가 터지고 고통의 시간은

까만 밤을 지나 새벽으로 소리를 낼까다.

탯줄이 끊어지거든 소리가 날게다.


아주 큰 벼락이 하늘 찢고 땅을 가르리라.

그 생명이 이 온 하늘을 부여잡고

세상으로 나오려 안간힘으로 울게다.

이제 너의 어머니께 큰절을 드려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 울음소리 들리리라.

코쟁이 끝없는 돈잔치에 웃었던 이들이여

이 산꼭대기의 바람으로 뇌를 비우고

그 태초의 마음으로 사죄하라. 세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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