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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예찬

커피를 부른다

by 이문웅


비가 오고 한참
어제의 피곤을 풀고 나니
또 일들이 몰려와 밖으로
작은 우산 하나에
몸을 숨기며 나선다.

명절 앞에 비
하루종일 차가 막힌다고
택시기사는 푸념
술 먹고 엠블런스에 실려 간
그의 동료 얘기를 듣고
난 아닌 척
뇌가 쪼개지며
함께 수다 떨다

우체국 앞에는
꽃이 없고
비는 언덕으로
상류처럼 흐른다.
멈추고 싶은 마음을
제어 못하고
그는 결국 1104호에
부름을 받겠지.

예술회관 앞
악기상이나 가볼까
흥얼거리며 나선 발 길
마음을 돌려 그저 걷다가
발견한 음악카페
커피를 부른다.

그녀는 벌써 알고 있었다.
갈색 한 모금에 사람이 되고
갈색 한 모금에 평화가 온다는 걸
창가에 앉아
걸어온 내 길을
뒤돌아 본다.

오늘도 맘은 바쁘고
언덕 너머는 아직
멀게 느껴지지만
그녀에게서 옮겨온
이 갈색 한 모금에
스스로 품을 넓히곤
그냥 혼자 웃는
미소에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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