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함덕 해수욕장
완수, 정희, 그리고 칠수가 제주항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거의 12시에 가까워지며, 그들은 서둘러 캠핑카를 세울 장소로 향해야 했다. 완수는 차를 뺄 준비를 위해 일행과 함께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고, 모두 차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천천히 배에서 빠져나왔다.
정희는 여행 계획표를 펼치며 동쪽에 있는 첫 번째 캠핑 장소로 함덕 해수욕장을 가자고했다. 그녀가 "완수씨, 네비에 함덕 해수욕장 쳐주세요"라고 말하자, 완수는 농담 섞인 목소리로 "넵 마님!"이라고 답했다. 그 모습을 보던 칠수는 이를 보고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강 좀 해라, 완수야!"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에 정희는 웃으며 "칠수씨, 제가 소개할 친구는 저보다 더 예쁘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칠수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며,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햐... 정말요?"라고 반응했다.
2차선도로를 따라 지주 바다가 펼쳐졌지만 밤이라서 제주 풍경은 아직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완수도이제 피곤해서 자꾸 눈이 감기고 있었다. 그 때 칠수가 말했다. 내가 웃긴 야기 한나 해줄께.
친구 1이 말했어. "핸드폰 왜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친구 2가 말했어. "내 통장 잔고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다시 친구 1이 말했어. "진짜? 얼마나 움직였어?"
친구 2가 말했어. "0이 조금씩 앞으로 밀리고 있어."
갑자기 차안은 썰렁해졌다. 완수는 정희씨 혹시 따수운 물 한 잔 없을까요? 정희가 말했다. "지금 따수운 물은 없고 그냥 정신차리게 얼음물 드릴께요." "워매...지금 칠수 땀시 참말로 춥다니께요..." 세친구는 칠수의 썰렁한 농담에 함께 웃다가 거의 함덕 해수욕장에 다왔다. 주차할 곳은 충분했다. 하지만 바람이 거세지고 있었다.
파도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내리자 마자 바람이 온 몸으로 불어 왔다.
완수가 말했다. " 우선 바람이 조금 안부는 곳으로 차를 옮겨야 쓰겄네. 차의 방향을 돌려 출입문을 바다 반대 쪽으로 향하게 차를 세우고는 조금이라도 첫날 밤을 즐기기위해 바깥에 의자와 불지필 도구들을 모두 꺼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음 그대로 청춘이었다. 사실 그들은 떠나기 전 회의하는 도중에 완수가 먼저 말했다. 난...이 번 여행 도중에 죽어도 좋아...라고 했다가 칠수와 정희에게 무척 욕을 먹었다. 그만큼 완수는 이 번 여행이 정희와 함께라서라기 보다는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최대의 꿈이었다는 마음이 지금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을 차로 막은 덕분에 모닥불을 피우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꺼냈다. 주변은 늦가을인데도 많은 캠핑족들이 있었지만 늦은 시간 탓에 떠들며 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친구는 그리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서로 건배하고 웃고 나직이 노래도 하며 캠핑의 하룻밤을 보냈다.
그들의 파티는 거의 새벽 3시에나 끝났다. 우선 정희가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고 완수와 칠수는 한잔 더히며 나머지를 정리했다.
세 친구는 다음 날 10시나 되서 눈늘 떴다. 가장 먼저 눈을 뜬 사람은 정희였고 정희는 혼자서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완수는 칠수를 깨워서 함께 바다로 나갔다. 사실 완수는 혼자서 정희에게 가고 싶었지만 칠수가 눈에 밟혀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벌써 바닷가에 신혼여행을 온듯한 남녀, 아직 애인인듯한 사이, 그리고 가족들이 뛰어 다니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정희씨! 언제 일어났어요? 완수가 말했다. 정희가 완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저도 지금 막 나왔어요. 칠수씨도 잘 주무셨어요?
칠수가 길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 아마 한 20년 만에 제일 편하게 잔 것 같은디요...하하"
완수가 말했다. "너도 그랬냐? 나도 참 잘잤다. 내가 원래 잠자리 갈리면 잘 못자는디 어제는 언지 잠들었는지 모르게 그냥 잠들어 버렸어."
정희가 말했다. "두 분이 운전하는 두 대의 탱크 덕분에 저느 좀 잠을 설치긴 했지만요...하하하"
완수와 칠수가 서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아...고게 문제 것네...워쪄쥬?"완수가 말했다.
"뭘 워쪄? 이눔아! 뻔뻔해져야재...안그래요..정희씨?" 칠수가 말하자
정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한다. 하지만 완수는 그 때부터 코고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잠시후 차로 돌아와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 첫끼는 완수표 해장 김치고등어 찌개였다.
칠수가 말했다. "그라믄 내가 밥헐께..." "우리 이쁜 정희씨는 가만히 있어요...잉..."
완수가 말했다. "칠수야...그 말은 내가 허는거여..너는 니꺼한테 혀..."
칠수가 말했다. " 워미...애인 없는 놈 서러워 살겄나...워미..."
정희는 계속 웃기만 하고 있었다.
완수가 끓인 김치찌개는 옆 캠핑족에게도 주게되었는데 그들은 최고의 찬사를 보내주었다. 완수는 정희에게 점수를 따기위한 최고의 작전이기도 했다.
정희가 말했다. "저는 음식 잘 못해요..."
완수가 말했다. " 워매! 화가의 손으로 뭔 음식을 히요? 화가의 손은 화가의 손! 농부의 손은 농부의 손!"
칠수가 보탰다. " 잉...맞는 말이재! 요리의 손은 우리 완수지...."
아침을 맛있게 먹고 그들은 함덕 해수욕장 주변을 함께 걸으며 산책을 했다.
그 때 정희가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친구였다. 제주도에 살며 식당을 한다는 친구. "어...여보세요? 희진이니? 응...나야...하하하 우리 제주도 왔어. 그래...그래...너 오늘 볼래? 그 친구도 당연히 봐야지 라며 시감 약속을 했다.
옆에 있던 칠수의 귀가 빨갛게 달아 올랐다. 정희가 놀린다. "아니 왜 칠수씨 귀가 빨개지죠?"
세 친구는 바다를 걷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해녀들이 캐 올린 해산물을 먹으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