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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Oct 23. 2024

뜨레뻬르소네(16)

16. 에메랄드 빛 바다

세 친구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함덕 해수욕장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해변을 걷는 동안 햇빛이 바다 위를 비추며 에메랄드 빛깔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함덕 해수욕장의 맑고 투명한 바다는 가을의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면 바다의 에메랄드 색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완수는 감탄하며 “진짜 눈부시다,”라고 말했다. 정희와 칠수도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이 순간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함덕 해수욕장을 지나 세 사람은 서우봉 둘레길로 향했다. 둘레길은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억새밭과 갈대밭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을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스쳤고,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소리는 고요함 속에서 더욱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정희가 걸음을 멈추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여기가 이렇게 아름답지만, 4.3 사건 때 많은 분들이 이 근처에서 돌아가셨어요,”라고 조용히 말했다. 정희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으며, 그녀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주도 전역이 그때 얼마나 끔찍했는지… 마을마다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숨을 곳도 없어서 산으로, 바다로 도망치다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다시 힘을 내며 말했다. "이 해변 어딘가에서도 피난민들이 무참히 당했겠죠."


완수와 칠수는 침묵 속에서 정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완수는 눈을 감고 잠시 그 시대의 고통을 상상하려고 노력했다. 칠수도 말없이 정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서우봉 둘레길의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세 사람은 4.3 사건의 아픔을 묵묵히 느끼며 길을 걸었다.


그들은 억새밭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정희는 억새를 쓰다듬으며, “여기선 모든 게 평화로워 보여요,”라고 말했다. 칠수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해변 근처의 작은 소나무 숲을 찾은 그들은 오래된 소나무들이 바람에 나뭇가지를 흔들며 조용한 시간을 선물해 주는 것을 느꼈다. 칠수는 소나무 숲 그늘에서 잠시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해변 근처의 카페 거리로 이동했다. 작은 카페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에서 세 친구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정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세 사람은 각기 다른 함덕 해수욕장의 풍경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에메랄드 빛 바다와 억새밭의 아름다움 속에서 잠시나마 평온을 찾았다. 서우봉 둘레길에서의 시간은 그들에게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평화가 교차하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때였다. 정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희의 친구 희진이었다. 


정희는 반갑게 전화를 받으며 " 어... 희진아! 바쁜 시간은 좀 지났어? 어...이라 온다고?" 순간 칠수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완수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말한다. " 참... 나 원... 뭔 사막에서 물 만난 사람 같네..."

정희는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희진이 온다는 소식을 정하고 그들은 희진이 가르쳐준 함덕 해변의 한 카페로 향했다. 


서우봉에서 바라보는 함덕 해변은 마치 바다에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그들은 모두 말없이 바다를 보며 그동안의 시름을 걷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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