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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Oct 23. 2024

뜨레뻬르소네(18)

18. 칠수의 고민

그날은 희진이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편하게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희진에게 폐를 끼친다며 아침 일찍 세 친구는 숙소를 나와 택시로 함덕 해변 캠핑장으로 다시 왔다. 그들은 어제의 해장을 하기 위해 완수표 김치지게를 부탁했다. 완수는 오는 길에 콩나물과 두부를 샀고 김치 콩나물국으로 거뜬히 속을 풀었다.  잠시 후 그들은 다음 목적지인 성산봉과 우도로 향했다.


성산봉으로 가는 제주의 동쪽 해안은 세 친구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칠수의 얼굴색이 별로 그리 편해 보이질 않았다. 완수가 말했다. " 칠수야! 너 워디 아픈겨? 몸이 안 좋냐?"

칠수가 말했다. " 아녀... 괜찮여.." "그런데 니 얼술이 "나 아녀..라고 써 있는디...?" 완수가 말했다.


칠수는 말없이 창밖만 바라 보았다. 

잠시후 정희가 말했다. " 참! 제가 그 말을 한다는게...칠수씨? 희진이 대학 못나왔어요. 희진이가 대학을 자퇴했어요." 칠수가 놀라서 " 워째서 내 맴을 그렇게 읽었대유?" "그리고 희진이는 이미 제주도에와서 안해 본일 없이 거칠게 살았어요. 해녀까지 했었어요. 하하하" "칠수가 놀라며 말했다." 해녀꺼정유?"


칠수가 금방 표정이 달라지며 말한다. " 흐미...워쪄...우리 이쁜 희진씨가 해녀꺼정 하면서 살았다니 참 맴이 아프구먼유..." 칠수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걱정하듯 말한다.

완수가 이어서 말했다. " 참...그 눔. 알다가도 모를 놈일세. 그게 그렇게 자신이 없었냐? 이눔아! 돈많고 땅 많다고 자랑헐 때는 원지고...참 나...원...."


칠수는 사실 자신이 농고 졸업 후 농사를 지으며 정희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좀 더 괜찮은 생각을 하며 살고 싶어서 농민회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현실은 괜찮은 생각과 괜찮은 세상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안 이후로 신분 상승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살고 있었다. 


그 고민 중에 하나가 대학 졸업이었던 것이다. 땅많고 돈많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칠수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몇 번의 시도를 해서 합격도 했었지만 마음 먹은대로 잘되지 않아서 포기를 했었고 대학 졸업장에 대한 조금의 열등감이 있었던 터라 어제 희진이 맘에 들었는대도 불구하고 조금 불편했었던 것이다.


칠수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쯔엉이었다. 자신이 쯔엉을 데리고 왔는데 쯔엉은 도망가서 다른 남자와 살게 된 것이 자신에게는 굉장한 자신감 결여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 그가 이쁘고 마음에 드는 정희의 친구인 희진을 만나 마음이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정희가 완수의 옆에서 전화를 했다. " 여보세요? 아..희진아...우리 니가 괜히 신경쓸까해서 다들 새벽같이 나왔어. 참 희진아! 칠수씨가 너 마음에 든댄다. 하하하. " 느닷없는 칠수 마음 전달에 칠수는 당황하며 말했다." 아...정희씨...그러시면 안되는데...." 정희의 전화기로 흘러나오는 희진의 목소리는" 나도 마음에 든다고 전해드려. 지금 좀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 희진과의 통화가 끝나고 캠핑카에는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졌다.


칠수도 함께 고민을 털어버리면서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성산봉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김녕해소욕장, 김녕미로공원, 만장굴도 들르고 구경을 하며 사진도 찍었다. 성산봉에 도착한 세친그는 일찍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우선 성산의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보기로 했다. 그들은 바로 성산봉에 오르려고 했지만 정희가 막아서며 말했다. " 두 분이 아직 청춘같은 마음이신건 알겠지만 지금 거의 삼일 계속해서 강행군을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성산봉을 오르지 않고 그냥 여기서 석양을 보는 것으로 하죠.

칠수가 말했다. " 캬...우리 이쁜 정희씨는 우째...그런 엄마같이 포근한 말씀을 하세유?"

완수도 말했다. "음...맞구먼 우덜이 망아지 고삐 풀린듯 그렇게 하다간 제주도 반도 못보고 실려 갈겨."

"정희씨 말씀대로 우덜이 좀 자제히야 쓰것구먼.


그래서 그들은 평하게 켐핑카 주변을 둘러 보다가 갑자기 정희가 말했다. "우리 낚시 해보는건 어때요?"

완수와 칠수가 동시에 좋다고 했고 그들은 한 마트로 가서 낚시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낚시 용품을 샀다. 그들은 오징어 낚시를 하기 위해 부둣가로 갔다. 그들은 낚시점에서 배운대로 채비를 해서 바다에 던졌다. 그러나 그들은농부였지만 그들이 사는 마응 자체가 농업과 어업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라 완수와 칠수는 낚시 경험도 풍부했다. 하지만 오징어 낚시는 처음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정희가 소리쳤다. " 잡았다! " 완수와 칠수는 동시에 정희를 바라보았고 정희는 오징오 한 마리를 당겨 올리고 있었다. 땅위로 올라온 오징어를 칠수가 " 캬!" 역시 이쁜 정희씨는 괴기도 알아보는 구먼...하하하"

이어서 완수가 잡았고 조금 후 칠수도 잡기 시작하면서 이미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양을 넘어섰을 때 정희가 말했다. 이제 회쳐서 소주 한잔 어때요? 

둘이 합창을 하며 "좋지요!"


완수는 깔끔하게 손질을 했고 칠수는 상추와 마늘과 고추를 준비했다. 정희는 초고추장을 준비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래를 완수가 따라 부르고 칠수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푸른 언덕에...캠핑카 타고

황금빛 바다 축제를 여는 성산봉에서 소주를 마셔요

완수와 칠수가 재밌다고 정희의 노래를 들으며 몸을 흔든다.

의자를 놓고 볼멍도 준비해 놓고 이제 상을 다 차렸을즈음 해는 바다로 내일을 위해 잠을 자러 들어 가고 있었다.

칠수가 말했다. "인자 태양도 잠자러 들어 가는가비네..., 우덜은 인자 시작인디... 하하"

완수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 저바다...노을빛 거시기 바다....황금 빛....어쩌구..."노래를 듣던 정희가 말했다. " 맞다...음악이 빠졌네...정희는 유튜브에서 조용필 노래를 찾아 큰 그릇에 넣었다.

노래 소리는 그릇의 공명을 타고 더 멋진 소리로 들려왔다.


성산의 일몰은 마치 내일을 기약이라도 하듯 인사를 하며 바다로 들어가고 있었고

 세친구들은 새로운 내일과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향해 에너지를 다시 만들고 있었다.


칠수가 말했다. " 완수야! 그동안 참 고생 많았지? 완수가 칠수를 바라본다." 그리곤 말없이 술잔을 부딪힌다.

완수는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지 한 잔 쭈욱 소주를 들이키고는 " 캬! 참 좋다...좋아!"라고 말하며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희는 혼자 일어나 바다의 떨어지는 해를 보며 새롭게 다가온 자시느이 인생을 이제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 따라가기로 마음먹으면서 한껏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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