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AND PEACE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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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수현과 재민의 성격

by 이문웅 Jan 05. 2025

수현은 40살로 나이상 가장 많은 멤버였다. 그는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면서도, 종종 자신의 내면에 갇힌 듯한 우울증을 느끼곤 했다. 그 우울증은 그의 음악적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현은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지만, 그가 표현하려는 감정은 때때로 깊고, 어두운 부분이 많았다. 그의 연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움 속에 약간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팀에서는 수현이 다소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반면 재민은 28살로, 나이 차이만큼이나 성격도 활발했다. 그는 버클리 음대 출신답게 음악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연주 스타일은 매우 자유롭고 혁신적이었다. 그의 드럼은 언제나 강렬하고, 매번 예상치 못한 터치로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재민은 때때로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게 보일 수 있었지만, 그 자신감이 결국 그의 음악적 천재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른 멤버들은 알고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가능한 듯한 모습으로 팀 내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였다.


이 두 사람의 성격 차이는 때때로 충돌을 일으켰다. 재민은 수현의 우울하고 내성적인 성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수현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했고, 재민은 그가 음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 차이에서 자연스레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연습을 마친 후 팀은 합주실 근처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합주가 잘 풀린 덕분에, 분위기는 점차 풀어졌고, 모두 한 잔씩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었다. 미나는 엄마 역할을 하느라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수현과 재민은 대화가 점점 더 깊어졌다.


재민은 유머러스하게 말을 이어갔다. "수현 형, 이번에도 멋지고 화려하게 베이스 처리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항상 조금 더 진지하게 하세요? 우리 조금 더 신나게 가면 안 될까요?"


수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내 스타일이라서. 진지하게 하다 보면, 음악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재민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형, 난 좀 더 자유롭게 하면서 즉흥적으로 가고 싶어요. 그런 식으로 하면 음악이 더 재밌지 않나요? 저희가 베이스만 맞춰서 완벽하게 가는 것보다는 다른 톤을 쌓는 게 훨씬 더 멋있다고 생각해요."


수현은 그의 말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불편함을 느꼈다. 재민이 그의 스타일을 인정하지 않고, 항상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가려는 모습이 그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수현은 뭔가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지만, 재민은 그것을 너무 간단하고 즉흥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게 당신 스타일이겠지, 재민. 하지만 내 스타일은 그렇지 않아. 음악은 단순히 신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그 안에 숨겨진 감정과 이야기가 있어야 해, " 수현은 음주를 하면서도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내뱉었다.


재민은 그 말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형, 그게 바로 그거예요. 그 모든 감정과 이야기를 언제까지 그렇게 감추기만 할 거예요? 우리 모두 좀 더 자유롭고 가볍게 접근하면 안 될까요? 이건 음악인데, 너무 진지하게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수현은 재민의 성격과 행동에 점점 더 짜증을 느꼈다. "너는 항상 그렇게 느긋하게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모든 음악이 다 즐겁고 즉흥적인 것만은 아니란 말이야."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계속해서 커졌고,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기호는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말을 꺼냈다. "자, 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보자. 오늘은 다들 기분 좋게 마시자."


그러나 재민과 수현은 눈을 마주치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의 차이가 점점 더 명확해지면서,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과 성격 차이가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임을 둘 다 느끼고 있었다.


이 갈등은 단순히 음악적 차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의 성격과 내면의 깊이, 그리고 어떻게 음악을 바라보느냐에 대한 큰 차이가 있었다. 그들이 서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악적으로 맞춰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더 깊은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두 사람은 점점 더 실감하고 있었다.


수현과 재민의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분위기는 무겁고, 그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기호는 그 사이에서 두 사람을 조화롭게 이어주고자 했지만, 그럴수록 더 큰 갈등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런 중, 가게 한 구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한 남자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다가왔다.


그는 자리를 일으켜서 다가오더니, 수현과 재민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러분, 밴드는 한 몸인 거예요. 서로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돼요, " 그가 말하며, 분위기를 끌어당겼다. "근데 제가 듣기엔, 지금 이 상태에서도 이미 최고 같던데요?"


모두가 놀라며 그를 쳐다봤다. 술을 마시고 있던 기호가 그를 잠시 응시하더니, 그를 인식한 듯 눈이 커졌다. "잠깐만요… 이분은…"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신경준이라고 합니다, " 남자는 자신을 소개하며 미소를 지었다.


기호는 순간 떠올랐다. "홍대 인디 밴드들의 전설, 신경준 피디님?"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경준은 홍대 인디 밴드 씬에서 유명한 인물로, 많은 밴드를 발굴하고, 그들의 음악을 프로듀싱한 경력을 가진 인디계의 거장이었다. 홍대에서 유명한 카페와 라이브 공연 기획자로 알려져 있었고, 그의 이름만으로도 많은 인디 음악인들이 떨며 고백할 정도였다.


"맞습니다. 제가 바로 그 신경준입니다." 신경준은 담배를 빼물며 편안하게 대답했다. "여러분, 음악을 하신다면, 서로 다르게 나오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조화’에요. 서로 다르다고 해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제가 듣기로는 정말 멋진 음악을 하고 계시던데요."


수현과 재민은 잠시 서로를 쳐다봤다. 기호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신경준의 말이 두 사람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신경준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계속 말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조화를 이루는 거예요. 수현 씨, 재민 씨, 기호 씨, 나연 씨, 여러분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각자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하나의 밴드로서 하나가 되는 걸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게 필요해요."


기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맞아요,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죠. 서로 다르니까, 서로의 스타일을 인정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신경준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음악에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만 더 풍부하고, 더 흥미로운 음악이 나올 수 있어요. 나는 당신들의 음악을 듣고, 이 밴드가 정말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서로 조금씩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면, 그 힘이 어마어마할 거예요."


그의 말에 기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수현과 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다른 성격과 스타일을 가진 그들이지만,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그들에겐 새롭게 다가왔다. 신경준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여러분의 음악이 정말 기대돼요. 나중에 또 한 번 듣고 싶어요. 제가 기회가 되면 무대도 만들어줄 수 있을 거고요. 그럼, 앞으로도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면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가세요."


신경준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기호, 수현, 재민, 나연은 잠시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성격 차이와 음악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밴드로서 더 나은 음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 모두에게 크게 와닿았다.


기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이제 진짜 한 번 제대로 해보자.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하나로 만들어가는 거야."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럼 이번엔 좀 더 마음을 열고, 서로 맞춰보죠."


재민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이번엔 완전히 다른 음악을 만들어볼까요? 이왕이면 자유롭게!"


나연도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하나로 다 같이 해봐요. 피스처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격려를 했다. 그들의 음악적 조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고, 앞으로 펼쳐질 여정이 얼마나 흥미진진할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신경준 대표는 그들의 대화를 무관심한 척하며 계속 귀를 세워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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