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AND PEACE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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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밴드피스의 첫 합주 날

by 이문웅 Jan 05. 2025

재민은 첫 합주를 앞두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밴드 피스의 첫 번째 곡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는 멤버들이 각자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도,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곡을 선택하고 싶었다. 문득 그가 톡방에 공유했던 비틀스의 Yellow Submarine이 떠올랐다. 그 곡은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어 초보 밴드도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곡에 담긴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가 피스라는 밴드 이름과도 잘 어울렸다.


재민은 곡을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합주실에 모인 멤버들에게 말했다. “우리 Yellow Submarine 한번 해보면 어때요? 첫 합주로 딱일 것 같아요.”


기호는 기타를 손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택이네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현도 자신의 베이스를 점검하며 말했다. “맞아요.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느낌이 좋은 곡이죠.”


나연은 마이크 앞에 서서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비틀스라니, 멋지네요. 저도 좋습니다!”


미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키보드 앞에 앉으며 조용히 준비를 시작했다. 그녀는 첫 합주라는 사실에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곡 자체가 주는 밝은 에너지가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재민이 드럼 스틱으로 리듬을 잡으며 첫 박자를 시작했다. 기호는 기타로 힘찬 코드 진행을 만들며 곡의 중심을 잡았다. 수현은 베이스 기타로 곡의 깊이를 더하며 묵직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나연은 특유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멜로디를 불렀고, 미나는 키보드로 곡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채워갔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은 서로의 연주에 더 자연스럽게 맞춰갔다.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이해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연주가 절정에 이르던 순간, 갑작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합주실 전체가 정전으로 인해 암흑에 빠진 것이다.


“뭐야? 갑자기 전기가 왜 나간 거야?” 나연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미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거 무슨 일인가요? 이런 경우 처음인데…”


기호는 기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합주실에서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그때 합주실 문이 열리고, 손전등을 든 엔지니어가 들어왔다. 그는 상황이 웃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이런 일이 가끔 생기긴 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첫 합주 때 이런 일이 생기면 대박 난다는 속설이 있거든요.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세요.”


재민이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럼 우리 대박 나려면 정전 한 번 더 필요할까요?”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긴장된 분위기가 풀렸다. 정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분 후 전기가 복구되었고, 멤버들은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몰입한 모습으로 서로의 연주에 귀 기울였다.


합주의 순간, 하나가 된 멤버들


기호는 기타로 곡의 에너지를 한층 더 끌어올렸고, 수현은 베이스 리듬을 더 강렬하게 만들었다. 나연은 이전보다 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곡을 불렀고, 미나는 손끝의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키보드를 연주했다. 재민은 드럼으로 모든 소리를 하나로 연결하며 곡의 흐름을 이끌었다.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엔지니어와 직원들은 다시 한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첫 합주가 이 정도라니, 믿을 수가 없네요.” 한 엔지니어가 감탄하며 말했다.


“보통 이런 실력은 최소 몇 달은 연습한 팀에서나 나오는 거예요. 이 사람들 대단한데요?” 다른 직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의 연주가 끝났을 때, 합주실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곧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나눴다. 이들은 단순히 연주를 맞춘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뭉쳐가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다.


그때 합주실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바로 유명한 인디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여러 뮤지션을 발굴한 신경준이었다.


“이야, 대단하네요. 여러분 첫 합주 맞아요?” 신경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멤버들은 당황했지만, 그의 진심 어린 칭찬에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네, 오늘이 첫 연습이에요.” 재민이 쑥스럽게 대답했다.


“첫 합주에서 이렇게 잘 맞는 팀은 정말 드물어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신경준은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제 카페에서 공연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음악에 큰 가능성이 느껴집니다.”


신경준의 말은 멤버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날의 첫 합주는 예상치 못한 정전 사건과 신경준의 등장으로 더욱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멤버들은 이 경험을 통해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배웠고,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이 모든 사건은 밴드 피스의 시작을 더욱 잊지 못할 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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