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여기서 다 끝난다면 내가 조금은 편안해질까

기다림은 계속을 담지하여

by 광규김

[만일]
만일
여기서 다 끝난다면
내가 조금은 더 편안해질까.


죽고 싶어서 뛰쳐나온 하루가 있다. 귀에는 하프 음악이 들리는 이어폰을 하고서. 누군가 또 누군가를 스치는 가로수길을 걸었다.


오늘 다 끝나면 조금 괜찮아질까. 나는 끝을 꿈꾸는 사람이었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인생을 살았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 언제나 결별을 예비해왔다.


이런 내 마음은 언제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은 끝이 아닌데, 기다림은 계속인데... 나는 이런 모순 속에서 살았다. 그냥 조금 쉬고 싶어서 거리로 나왔다.


오늘이 끝나고 내일이 온다는 게 아쉬워 걸음을 하러 나왔다. 공원엔 여전히 사람이 북적였다. 더 오랜 삶이 남은 아이들은 뛰놀았고, 새하얗게 타닥타닥 잔불이 되어가는 어르신들은 나와 함께 벤치에 앉아 산등성이를 바라봤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차분한 호흡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인생은 외로운 것이었다. 끝내 고독하여 이렇게 홀로 공원으로 나온 것이겠지.


[누군가는]
누군가는 운동을 한다. 나도 몸이 근질거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 주말은 그럴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한 것도 없는데 지친다면 당신은 믿을 텐가? 나는 힘겨웠다. 하지만 나는 행복을 찾아 나왔다. 여력을 끌어모아 전망 좋은 벤치를 찾았다.


문득 당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에서 나의 이야기를 자아내어 글로 써서 나누는 사람이다. 더러는 이를 사역이라 부른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것은 나에게 친숙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이 공간에서 쓰이고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나온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로 공간을 사용했다. 저들의 무대에서 나는 저 귀퉁이를 차지하는 작고 여린 배경이었다. 너무나 여려서 그런지 아무도 다가와 건들지 않는 그런 색깔이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흙을 밟는 젖은 질감이 신발에 감기면 나는 스륵 잠에 빠질 것만 같았다.


[오늘은]
오늘은 죽고 싶어 밖에 나온 날이다. 이번에 끝을 내고 싶지 않아 걸어 나왔다. 계속하고 싶어서 기다리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신도 그런 날이면 밖으로 나와보길 바란다. 사람의 삶이란 게 이야기가 있어 바라보고 듣노라면 참 아름답고 선한 능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이 행복했으면 한다.

keyword
이전 03화길 위에서 사색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