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아무것도 안했어

by 광규김

[지독한 한주를 보냈다]

지독한 한주를 보냈다. 사실 몇주간 지독히도 글이 써지지 않았다. 제대로 손에 잡히는 일도 없었고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수시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더이상 볼 수 없었다.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그럴 때 필요한 작업이 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내게 필요한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시킨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분위기에 맞는 가사가 없는 음악을 하나 틀어 놓는다. 다행스럽게 이어폰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어서 주변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평일 오후다.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내 마음은 천천히 다가오는 중이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다시 마스크를 쓴다. 그리고 푹신한 의자에 늘어져 아무 말이나 메모장에 늘어놓는다. 오늘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을거다. 제대로 글을 쓰고 가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제대로 사진을 찍고 편집하면서 일을 할 마음이 들 때까지, 제대로 설교 원고를 쓰면서 다음 촬영을 준비할 마음이 들 때까지 나는 대 마음을 기다려야한다. 내 마음은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중이다. 과거에서 아파하면서, 그렇게 그 시간들을 애써 흘려보내며 내게 오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나를 기다렸을 뿐이다. 내게 시간을 잠시 내어줬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체력도 여유도 없었다. 그런 잠깐의 여유를 되찾는 것이 내겐 절실했다. 한동안은 소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다 새벽이 밝아올 무렵이면 잠에서 깨곤했다. 괴로웠다. 감정의 기복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고, 내가 스스로의 이상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무렵은 이미 나 조차도 나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살고는 싶었나보다]

그래도 살고는 싶었나보다. 악착 같이 약을 챙겨먹었고, 생활 패턴 특히 수면 패턴을 잃지 않고 식사를 결코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때마침 휴가를 나와있는, 나와 캐미가 매우 잘 맞는 내 동생이 내게 큰 도움이 되어줬다.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건 친한 형제라서 그런걸까 그런 친근감이 주는 위로가 있는 걸까. 아마 동생만이 가지고 있는 푸근한 존재감이 내게 위로가 되는 듯 했다. 이것도 그만의 재능이겠거니 생각했다. 내게 웃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를 선사해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픈 마음으로 글을 쓰면 보통 잘 공개를 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끔 여유가 생겨 글을 써야만 공개를 한다. 읽는 이들까지 괴롭게 할까봐 하는 마음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치부가 드러날까 하는 두려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도 어느새 내가 괜찮아져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


[언제나 그랬듯]

나의 글의 끝은 언제나 그대에 대한 염려와 근심으로 가득차있다. 밥과 잠을 거르진 않았는가? 요동치는 마음에 혹시 생활 패턴을 잃어버려 마음까지 완전히 흔들려 통제감을 완전히 상실해버리지 않았는가? 그럴 때는 잔소리 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작은 것부터 차근 차근 질서를 회복해야한다. 내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정돈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증명하다 보면 괜찮아진다. 혹은 지금의 나 처럼 여유를 찾기 위해 며칠간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괜찮아질지 모르겠다. 가장 좋은건 내일에 대한 계획이 생기고 그걸 위해 오늘을 준비하고 오늘은 추분히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건 나는 그대가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괜찮다면 그대로 계속 괜찮다면 좋겠다. 이 글을 읽음으로써 오늘도 또 한번 더 사랑 받으라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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