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이제 알았다
낼모레 두 번째 인터뷰를 앞두고 지난 인터뷰 녹취를 (이틀의 시간을 쪼개) 꼬박 6시간 걸려서 풀었다.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서 클로버노트를 째려보며 잘 안 들리는 표현을 고치고 또 고칠 동안 두통과 메스꺼움을 동반한 야릇한 증상이 올라왔다. 더불어 중첩되는 의식의 흐름. '난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휴우.' '그래놓고 또 할 거면서.' '이 일만 한다면야 완전히 집중해서 신나게 해 볼 텐데.' '거짓말, 넌 푹 퍼져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진짜로 토할지도 모른다.' 내면의 소리는 어느 하나 틀린 게 없다. 후회로 시작해 자아를 발견하다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패턴도 매번 똑같은지...
시작은 도서관 강의였다. 도전정신이 투철한 난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도서관의 7개월짜리 강의를 신청했다. '아카이빙'이라는 생소한 용어와 교육 후 출판까지 이어진다는 결과물에 대한 기대, 활동비 지급이라는 문구가 할까 말까 하던 마지막 갈등의 2%를 날름 집어삼켰다.
강의를 신청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었고, 간단한 면접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담당자의 연락에서 누락됐다가 면접당일에 20-30분을 앞두고 "왜 안 오냐"는 전화를 받고 놀래서 입고 있던 잠옷을 벗어던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전력질주해 제일 마지막에 면접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시뻘게진 얼굴로 열심히 배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세딸이 엄마를 어여삐 본 것인지 다행히 합격자 명단에 있었다.
이후 7개월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덤벼든 자로써 불안을 극복하며 열심히, 때론 밤을 새워가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밤을 새운 연유는 책에 들어갈 자료를 정리하는 DB(DataBase:자료수집)작업 때문이었다. 살면서 가끔 밤을 새운 기억은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할 때뿐이었는데, 이번 밤샘은 내가 맡은 일을 계속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새 버린 격이었다. 새벽에 출근하려고 일어난 남편은 퀭한 눈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날 보고 "세상에,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는 말과 함께 기절초풍했다.
강의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무리되었으며, 책은 출판과 함께 지역 전역에 쫙 깔렸다. 통장에 활동비도 입금되었다. 살면서 글을 쓰는 작업 비스름한 일을 하고 돈을 받은 건 거의 처음이었다. 글을 쓰고 돈을 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이렇게 갑자기 현실이 될 줄이야. (물론, 들인 시간과 노력을 환산하면 최저시급도 안 되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말이다)
4년이 지난 현재는 다른 책을 준비 중이다. 첫 활동비를 받은 이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파주 문산, 광탄 등지를 오가며 많은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시민 채록단'이라는 명칭과 명함도 있다. 매우 뿌듯하지만, 하고 싶었던 일의 연장선에서의 이 일은 매우 고되다. 출간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거의 진을 빼놓는달까. 매번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또 덤벼든다.
오늘은 하고 싶은 일과 귀찮음 사이 그 어딘가에서 헤매다 잠시 제정신이 돌아와 끄적거리는 글이라 할 수 있겠다. 숨 고르고 다시 헤매러 들어가기 전 앞으로의 바람까지 끄적이자면, 기왕 고생하는 거 세상에 꼭 들려주어야 할 목소리를 담아내는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 지금은 여러 가지를 병행하느라 순간 집중력 밖에 발휘할 수 없지만, 부디 양질의 집중력과 컨디션으로 이 일에 임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