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스 단골(저희 사진 아닙니다^^;;)
주말부부는 주말에 장 보는 것도 데이트다.
풋풋한 설렘이 가득하진 않지만, 편안하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카트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라면이 떨어지면 남편이 불안해한다.
아이들에게 라면은 주말에 아빠가 끓여줄 때, 주중에 한번 끓여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줄 때 먹을 수 있다.
일주일에 두 번뿐이지만 한번 먹을 때 5-6개씩 줄어드니 20개들이 한 박스가 한 달도 못 가서 사라진다.
신라면이 가장 인기 있지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요즘은 열라면과 진라면도 함께 카트에 싣는다.
다음으로 찾는 것은 계란이다.
보통 동물복지란을 두 판씩 묶어서 파는 거 두 개를 구입한다. 한주에 두 판 정도를 먹으니 두 주면 없어진다. 구운 계란을 3일에 한번 정도 10개씩 구워대고, 식사 때 계란 프라이가 자주 등장하기에 한주에 두 판은 순식간이다. 남편은 숙소에서 먹을 구운 계란 한 판을 따로 구입한다. 아침으로 먹고 운동 후에 먹기에도 딱 좋단다.
계란코너 옆에 있는 큰 두부와 순두부 묶음도 가성비가 좋아 대부분 담는다. 그 옆의 큰 냉장고에 있는 냉동 블루베리와 아보카도도 종종 카트에 넣는다.
"우유 안 사?"
"응, 사야지. 내가 가져올게."
트레이더스 마크가 찍힌 우유는 꽤 커서 유통기한 확인 후 두 개씩 챙긴다.
내가 우유를 가져오는 동안 남편은 카트에 몸을 들이밀고 구석에서 기다린다.
난 기다릴 일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시식코너에 가거나 어디든 둘러본다. 성인이니까 망정이지 아이였으면 잃어버리기 딱 좋은 타입.
트레이더스 중국식 볶음밥도 카트에서 빠지지 않는 손님이다. 중국집에서 나오는 것과 거의 흡사한 계란볶음밥을 10분 이내로 만들 수 있고, 짜장소스까지 들어있어 재택근무 중 특히 바쁜 날 효자템이다.
알리오올레오를 잘 만드는 남편은 냉동새우도 잊지 않고 챙긴다. 남편이 고르는 새우는 51-70개 정도 들어있고 크기가 꽤 커서 계란찜 할 때 5-6개만 넣어도 퀄리티가 달라진다. 트레이더스 소시지와 치즈도 떨어지면 꼭 쟁여둔다.
고기도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 그때그때 가격대비 상태가 좋은 것으로 고른다. 이번에는 캐나다 삼겹살을 골랐는데, 주말에 한번 구워 먹고도 한번 더 먹을 양이 남았다. 두툼한 고기를 구울 때면 경제적으로 많이 쪼들려서 얇은 고기만 먹었던 예전이 생각나 감사가 샘솟는다.
얼마 전부터 오트밀을 먹기 시작한 나의 취향을 따라 퀵오트밀도 한 박스 챙기고, 구운 콩 한봉도 넣는다. 바닥을 드러낸 땅콩버터도 챙기고, 한통을 사서 남편에게 반을 싸주는 견과류도 카트로 들어간다.
"이 정도면 됐지?"
꼼꼼히 둘러보면 먹고 싶은 건 너무나 많은데, 계산할 때를 생각해 자제한다.
다행히 오늘 빵코너는 지나쳤다.
"피자 먹고 싶어?"
"응, 난 요즘 피자가 제일 좋더라."
"여기 라떼도 진한데 한잔 마실래?"
"오케이."
피자를 주문하면서 라떼 두 잔도 함께 주문했다. 한잔에 1500원이니까 꽤 가성비가 좋다.
피자가 나오는 동안 꽤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트레이더스 푸드코트의 메뉴를 훑는다. 맛있고 양도 많아서 두어 차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대부분의 메뉴를 먹어봤는데, '미트베이크'가 최애 메뉴가 되었다.
"나 커피 다 원샷했어."
"또? 이젠 놀랍지도 않다."
난 커피가 식는 게 싫어서 뜨거울 때 빨리 마셔버린다. 향이고 뭐고 음미할 새도 없이.
남편은 천천히 향부터 마신 다음 커피를 마실 때쯤 내 커피는 바닥을 보인다.
그가 겁내는 건, 내가 그의 커피를 "한입만." 이렇게 말할 때이다.
"이번 주는 장 봤으니까 다음 주에는 커피숍 가자."
"좋아. 오늘 산 걸로 제발 두 주는 버텨야 하는데, 계란이 넉넉하니 괜찮겠지."
살 때는 잔뜩 산 거 같은데 집에 와서 보면 하루 이틀 만에 메뉴조차 생각이 안 나 머리를 쥐어짠다.
살기 위해 요리를 하는 나는 평일에 최고속도로 요리를 해서 내놓고,
남편은 주말에 셰프스럽게 천천히 정성을 들여 요리를 한다.
너무나 다른 온도차의 요리를 먹는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아빠의 정성이 골고루 전달되기를.
예전에는 남편이랑 마트에 가서 얼굴을 붉혔었다. 무엇을 살지 목록을 적어갔음에도 다른 것들을 보고 손부터 나가는 나와, 일단 사기로 한 거 사고 그다음에 보자며 핸드폰 계산기를 꺼내는 남편. 난 모처럼 마트에 갔는데 너무 깐깐하게 구는 그가 불편했고, 그는 계획에 없는 것들을 추가하는 나 때문에 뒷목을 잡았다.
지금은 사야 할 것들을 먼저 싹 넣고, "먹고 싶은 거 없어? 필요한 거 없어?"라고 자연스레 묻게 되었다.
'마트는 남편이랑 가는 게 제맛이지. 운전도 해주고.'
10년 만에 내 속내는 이렇게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