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메이커
"언니가요. 으앙~~~"
막둥이가 울면서 안방으로 들어온다.
"왜 그래?"
"나 잘 때 문 닫으면 무서운데 언니가 밝은 거 싫다고 문 닫으래요."
"얘들아,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안 돼???"
항상 결론은 같은 나의 방식이 아이들도 맘에 안 들 것이다.
그런데, 난 갈등이 싫다.
싸우는 소리도 싫고, 싸우고 와서 이르는 건 더 싫다.
둘째와 셋째는 세 살 터울임에도 자주 친구처럼 투닥 거린다.
그러다가 싸움이 나면 엄마란 사람은 시끄럽다고 윽박지르고 제발 서로 양보하자는 소리만 한다.
실은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할지 모르겠고, 난 나대로 바쁘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 알면서도
그러고만 있다.
같은 상황이어도 남편이 있으면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무슨 일인데?"
하면서 아빠가 크게 웃어제끼고 들어가면 순간 긴장했던 아이들도 웃음이 터진다.
그러고 나서 어쩌고 저쩌고 얘기를 쭉 늘어놓고 그걸 다 듣고 난 남편은 대부분 해결책을 찾아준다.
"자기야, 다이소 가자."
"갑자기? 뭐 살 거 생겼어?"
"막둥이 침대에 달아줄 등 하나 필요해서."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아빠가 없을 땐 내 옆에서 자지만, 아빠가 집에 오면 자기 침대에서 자는 막둥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어둠. 자기 침대에서 잘 때는 거실 보조등을 켜놓고 문을 살짝 열어놓고 자다가도 새벽에 무섭다고 안방으로 올 때가 많은데, 침대에 작은 등을 달아주는 건 썩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남편은 다이소에 가서도 아주 작은 등을 찾는다며 캠핑용품부터 구석구석을 뒤지다가 결국은 맘에 드는 걸 못 찾고 돌아왔다. 그냥 예전에 있던 걸로 해결해 보겠단다.
열심히 뚝딱거리더니 둘째와 셋째를 다 오라고 해서 괜찮은지 물어본다. 아이들의 입장이 다르니 둘의 의견이 일치해야 제대로 해결이 된 거다. 결론은 만장일치로 OK!
이래서일까? 남편이 가고 나면 집안의 공기는 살짝 긴장이 흐른다. 엄마는 유머가 통하기보다는 조용한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남편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로 묻는다.
"오늘은 막둥이 자기 옆에서 안 자고 본인 침대에서 자지?"
"아니, 내 옆에서 잔다는데?"
"아, 이럴 수가!"
"아마 나랑 그림책 읽는 게 좋아서 그럴 거야. 어쨌든, 등 달아줘서 고마워!"
아빠가 없는 빈자리를 내 성향대로 잘 채워보려 노력하지만, 한 주간을 낑낑대다 보면 나도 남편이 오는 날이 기다려지니 아이들은 어련할까 싶다.
남편은 씨앗부터 새싹이 나와서 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바질과 방울토마토 씨앗을 아이들과 함께 심고는 이름도 붙여 주었다. 매일 분무기로 물을 주라는 아빠의 말을 아이들은 착실히 따랐고, 드디어 싹이 나왔다.
'음, 가만히 보면 내 말보다 아빠 말을 더 잘 듣는단 말이지.'
남편과 다른 나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며, 굳이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이 기분.
'괜찮아, 얘들아. 나도 너희 아빠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