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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아유르베다 (1)

by 줄란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때라고 하는 20대 초반에 나는 얼굴을 숨기느라 바빴다. 사춘기 때 멀쩡했던 피부가 스무 살이 되자 여드름으로 뒤덮였다. 심할 때는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아가씨 얼굴이 왜 이렇게 되었냐고 쯧쯧거릴 정도였다.


병원에 가서 시술을 받아도 그때뿐이었다. 온갖 화장품을 써봤지만 배신만 당했다. 결국에는 화장품 음모론에 빠져 화장품도 끊었다. 그래도 성난 여드름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조언이나 광고를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했다. 내 얼굴이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알려줄 지식이 필요했다. 책과 인터넷을 뒤졌고 피부를 고치려다가 세계관이 바뀌었다.


피부를 비롯해 몸에 나타나는 증상은 특정 부위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생활 습관과 음식, 마음가짐이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된 것이다.


당시 나는 요리를 할 줄 몰라서 끼니 시간을 놓치면 늘 라면으로 때웠다. 길거리 음식과 매운 떡볶이, 튀김을 좋아했고 빵을 즐겨 먹었다. 모임이나 가족행사에는 고기가 늘 주메뉴였다. 검색을 통해 정제되고 가공한 인위적인 음식, 타 생명에게 해를 가하고 만든 음식의 해로움이 피부에 드러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고기와 밀가루, 가공식품을 줄이고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자 서서히 여드름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해결책을 찾았다! 신이 나서 채식과 대안적인 식생활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고 생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생식은 가열을 거치지 않고 조리를 최소화한 형태의 식단으로, 가장 자연적이고 무해한 식단이라는 사실에 꽂혔다. 아침마다 양배추와 사과를 갈아먹기 시작했고 여드름이 획기적으로 가라앉자 생식은 내 종교가 되었다.


가열한 음식을 일체 끊고 극단적인 생식을 이어나갔다. 호주 여행을 하며 텐트 생활을 할 때 요리가 필요 없는 생식은 더욱 유용했다. 조리 도구도 필요 없이 가게에서 산 야채와 과일을 침팬지처럼 씹어먹으면 그만이었다. 먹는 즐거움은 진작에 포기했다. 나에게 음식은 맛보다 연료 공급의 수단이 되었다.


살이 43kg까지 빠지고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심지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책에서는 이게 독소가 빠지는 명현 증상이라고 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원도, 화장품도 소용없었던 내 피부를 구제해 준 생식을 배신할 수 없었다. 사실은 새로운 정보를 검색하는 일에 지쳤다. 이제는 무얼 믿어야 할까?


그러다가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크리슈나 사원에 머물게 되었고 그곳에서 베다의 경전과 문화를 접하면서 아유르베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베다는 산스크리트어로 지식이라는 뜻으로 구체적으로는 신이 오천여 년 전에 직접 인간에게 내린 지식이다. 세계에서 베다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 인도이다. 베다는 신학뿐만 아니라 언어학, 점성학, 예술, 병법 등 모든 지식을 총망라하는데 이 중 의학에 관한 경전이 아유르베다이다.


사원에서 수행자들과 이야기하다가 내 건강 문제에 대해 하소연하게 되었고 아유르베다를 가르쳐준다는 할머니를 소개받았다. 마침 관심 있는 사람이 몇몇 더 있어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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