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호주 여행을 하다 베다 경전을 접하게 된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 베다 경전에서 삶의 목적을 찾았고, 모든 질문의 답을 찾았으며, 심지어 몸도 건강해졌다. 여행 중이라 직업이 없었고 부양가족도 없었기에 호주의 한 사원 아쉬람(수행 공동체)에 아예 거처를 잡고 베다 경전이 이끄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2주일을 계획했는데 어느덧 13년이 지났다. 내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베다 경전 베단타 수트라는 매우 의미심장한 구절로 시작한다. 아타또 브라만 지갸사 athāto brahma-jijñāsā -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반드시 진리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과 다를 게 없다. 동물이 하는 게 무엇인가? 먹고, 자고, 짝짓기 하고,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고상하게 먹고, 고급스러운 곳에서 자며, 다양하게 섹스하고, 첨단 무기로 자신을 지킬 뿐이다. 그러면서 동물과 다름없는 이 네 가지 행위를 개선하는 것이 인간 문명의 발전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다른 목적을 위해 주어졌다.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이 지식을 주는 것이 베다 경전이다.
나는 누구인가? 진정한 나는 이 몸이 아니라 이 안에 깃든 영혼이다. 몸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정체성도 - 한국인, 여성, 딸, 아내, 작가, 선생님 -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그러나 영혼은 영원히 존재하며 마치 옷을 갈아입듯 출생을 통해 새로운 몸으로 바꾼다.
그렇다면 인생의 목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곳으로 영혼의 진정한 집이 아니다. 진정한 집은 안식처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세계는 끊임없는 위험과 불편함과 불확실함으로 가득하며 아무리 잘나고 완벽하고 똑똑한 사람도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는 곳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다. 절세의 미녀도 결국 나이가 들고 자랑스러워하던 아름다움을 잃는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스캔들 하나로 가장 비난받는 사람이 된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영원히 안주할 수 없다. 인생의 목표는 모든 것이 일시적인 물질계를 떠나 진정한 안식처인 영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지난날들의 방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남들이 재밌고 즐거워하는 것을 함께 해도 별 감흥이 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워하는 척해야 했다. 어딜 가도 소속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왜 태어났는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왜 일어나는지, 왜 착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나쁜 사람들이 즐기며 살아가는지, 왜 누군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데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심각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지, 귀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등 수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그 어떤 책에서도 답을 얻지 못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을 구해서 결혼하는 진로가 정말 인생의 전부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다 베다 경전을 알고 모든 답을 찾았다. 슬픈 소설도 아닌 철학책을 읽는데 눈물이 나왔다. 내가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을 드디어 찾았다는 게 벅차게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이 진리를 따르기 위해서는 이 책이 이끄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게 두려웠다.
결국 베다 경전을 더 배우기 위해 세계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아쉬람으로 들어갔다. 이 결정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왜 이곳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다. 방황이 끝나고 목표가 분명해지자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내 수행과 공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내가 받은 혜택을 남들과 나누려 노력하고 있다. 이 글도 나처럼 방황했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