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작은 일 21화

비는 언제나 갑자기 내린다.

by 권성선

예고 없이 구름이 몰려오고,
조금 전까지 맑던 하늘이 어두워진다.
그리고는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감정도 그렇다.
버티던 마음에 갑자기 물이 차오르고,
생각과 다르게, 상황과 다르게
눈물이 먼저 흐르던 날이 있었다.

그날,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굵은 빗방울이 유리를 두드리고,
그 너머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비가 온다’는 사실보다
태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구름은 결국 비를 내려보내야
자신의 무게를 덜 수 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쏟아내야 비로소 가벼워진다.

그때 나는
‘여름의 끝’이라는 말로 감정을 눌러 담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마음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던 시간이었다.

지금도 가끔은 무거운 구름 같은 마음이
내 안에 잔뜩 끼어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괜찮다고 말하기보다
그냥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 지금은 비가 오는 중이야.
그 비가 그치고 나면 그 사이로 햇살은 다시 빛날 테니까."

햇빛은 어디 가지 않았다.
다만 잠시 가려져 있을 뿐.
그리고 그건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몇 번이고 겪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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