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작은 일 20화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살아낸다

by 권성선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살아낸다

박용재 시인의 시를 읽었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한참 동안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말이, 그동안의 내 삶을 고요하게 껴안아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며 살아왔다.

무엇보다 가족을 사랑했다.

아이들의 얼굴, 남편의 말 없는 위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버텨야 했던 많은 날들.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 나는 정말이지 뜨겁게 살아냈구나 싶다.


일도 사랑했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함께 배우며 나아가는 그 과정이

힘들면서도 나를 살아 있게 만들었다.

때로는 방향을 잃고 흔들리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조차 내 인생의 한 조각으로 소중하다.


그리고 글도 사랑했다.

밤을 새워 써 내려가고,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용히 꺼내놓는 일.

누군가의 마음에 내 문장이 닿았다는 그 느낌 하나만으로도

다시 쓰고 싶어졌다.


나는 자연도, 책도, 내 곁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도 사랑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반복하는 삶 속에서 내 마음의 결이 조금씩 바래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다 지금,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

아직은 방향을 잡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중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이 설렌다.


조금씩 나아가는 이 준비의 과정이

어쩌면 또 하나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살아낸다고 했다.

그 말을 믿는다.

나는 지금,

또 한 번의 사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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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 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 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뭔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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