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아기 요정

by 김밍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것을 넘어 거의 도시 전체를 삼켜버린 바로 ‘성심당’이었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늘 긴 줄이 있는 제과점은 아마 전국에 성심당밖에 없지 않을까. 특히나 유성처럼 잠깐 빛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몇십 년 오래도록 사랑받는 맛집은 유일할 것이다. 유행을 따라 빠르게 생기고 없어지는 세상에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맛집이 얼마나 드물던가.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대명사로 사랑받아온 비결은, 빵집이니 당연히 ‘빵이 맛있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그 너머의 해답을 하나 더 찾았다.


성심당에는 ‘임산부 우선 입장’ 제도가 있었다. 단순히 손님을 맞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상황과 형편을 가진 이들을 배려할 줄 아는 곳이었다. 아직 배가 만삭처럼 불러오지 않은 초중기 임신부라도, 오래 서 있는 일은 힘겹고 몸에 무리가 간다. 성심당은 그 사정을 헤아려 먼저 길을 터주는 섬세함을 갖추고 있었다.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산모수첩과 신분증을 내밀자 곧장 입장할 수 있었다. 긴 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들었지만 매장 안으로 발을 들이자 그 감정은 어느 순간 설렘으로 바뀌었다. 꽉 들어찬 사람만큼이나 막 구운 빵 냄새가 공기 속에 가득했다. 진열대 위에는 다양한 빵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트레이에 빵을 담느라 분주하다. 그 풍경은 마치 작은 축제 같았다.


사람은 모두 어떤 제도 속에서 살아간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 배려의 영역에 있을 때는,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임산부가 되기 전에는 분홍 의자를 철통같이 지키지 못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지하철 안, 별생각 없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임산부가 보이면 얼른 일어날 생각이었지만, 막상 내가 임산부가 되어보니 그 자리는 애초에 비워두는 게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심한 임산부는 눈치가 보이고, 괜히 자기 때문에 앉아 있던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게 미안해 멀찍이 이동해 서 있곤 한다. 물론 오랫동안 타야 한다면 용기를 내어 양보를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마 끝까지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게다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꼭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다. 앞에 누가 서 있든 말든, 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 화면에만 몰두하거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희한한 건, 내 경험상 그중 상당수가 중년 여성이라는 점이다. 왜 임신과 출산을 겪어본 사람들이 더 임산부의 마음을 몰라주고, 그렇게 태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나 때는 이런 제도 없었으니 너도 겪어봐라’ 하는 심보일까. 나만 느끼는 건 아니다. 임산부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비슷한 경험담이 한목소리로 올라온다.


그래서였을까. 성심당의 ‘임산부 프리패스’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그 배려가 더 깊이 와닿았다.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이상의 의미였다. 내가 받고 누리는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담은 야채고로케와 튀김소보루, 그리고 몇 가지의 빵들은 그날의 행복을 오래오래 붙잡아 둘 기념품이 될 것 같다. 빵집을 나와서 대전 시내를 걷다가 마스코트 ‘꿈돌이’도 만났다. 노란색 우주 아기 요정이 환하게 웃고 있다.


꿈의 도시에는 마침 한 자락 시원한 비가 내린다. 선물처럼 받은 배려에 뱃속 아기 요정이 조용히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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