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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지 Jul 02. 2024

미친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

드루와 드르와 정신

앞서 이야기한 글을 읽고 현재 속한 조직이 기본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조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 부분은 퍼블리라고 하는 플랫폼에 상사 유형별로 적어 둔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상사, 유형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 PUBLY

 

1. '주파수 맞추기 실패형' 상사 : 본인이 시킨 일의 데드라인이 아직 남았는데, 중간중간 재촉한다.

팀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심하면 시간대별, 일별로) 일일이 체크한다.

팀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바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 일을 더 시킨다.


2. 디테일의 끝판왕, '완벽추구형' 상사 : 팀원이 관리하고 있는 엑셀 파일을 하나씩 다 열어보고 수식까지 체크한다. 메일에 사용하는 단어, PPT 폰트 크기, 표 테두리 색깔까지 지적한다. 보고서에 들어가는 단어 하나를 물고 늘어지며 몇 시간 동안 회의한다. 어떤 이슈가 생기면 근본 원인을 집요하게 찾고 뿌리까지 뽑기를 요구하는데 그걸 하려고 하면 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3. '뭣이 중한지 모르는' 상사 : 본인이 자신 있고 잘 아는 일에만 집중하고, 정작 해야 되는 중요한 일은 놓친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일에 꽂혀서 팀원들을 야근하게 만든다. 윗사람이나 타 부서 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일을 계속하게 만든다. 지시사항을 계속 변경하다가, 일이 틀어질 경우 팀원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스타일의 상사를 만나게 될 텐데, 저 세 가지 유형이 때론 섞여 있기도 하고 상사의 상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같은 사람인데도 어떨 땐 일 못하는 상사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땐 일 잘하는 상사가 되기도 한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상사/임원들도 장점과 약점이 있는 사람이고,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나, 한 가정의 밥그릇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면서도, 회사를 나오면 그냥 동네 아줌마/아저씨이며 부족한 점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상사에 대해 느껴지는 거리감이나 기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통적으로 어떤 유형의 상사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상사와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다. 이 주파수 맞추기는

1) 최소 6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2) 상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나의 최우선 순위로 하고

3) 일을 할 때 어떻게 하겠다는 점에 대해 당일 회신을 하거나 말로라도 방향성이나 의중을 체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일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지금 급하게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 일은 언제까지 해도 괜찮은지, 자기가 이해한 방향성이 맞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또한 상사가 시킨 일을 제안한 데드라인에 맞춰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미리 draft 버전을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으면서 함께 완성해 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그 외에도 상사와 신뢰 관계를 쌓기 위해 중요한 스킬이라면, 평소에도 상사가 궁금해하는 점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상사가 묻기 전에 미리 보고하는 것이다. 특히 상사관리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상사가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고 '이 직원한테 일을 시키면 마음이 놓인다'라고 느낄 정도로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중요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혼자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함께 성과를 내는 것이기에 일 이전에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상사가 나를 믿지 않더라도 감정적으로는 당연히 억울한 마음이 들고 본능을 거스를 정도로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만, 사실 이런 부분들은 부장님들도 새로운 임원이 왔을 때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어느 레벨에 있든, 어느 회사를 가든 아주 중요한 스킬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상사의 신임/마음을 얻을 때까지 들이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깐깐하기로 소문난 임원이 부임하고, 내가 모시던 부장님은 밥을 못 드실 정도로 힘들어하셨었는데, 그때 그 부장님이 하신 것은 매일 1일 보고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것도 본능을 거스르는 노력이다) 먼저 가서 중요한 사안이나 논의들을 어떻게 할지 물어보거나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하는 기간을 6개월 정도 갖고 나니까 그때부터 임원분께서 부장님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셨던 것을 보면서 나도 배운 것이다.


그리고 아래 방법들도 위에 적힌 상사의 유형에 따라서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상사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 10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상사 때문에 힘들 때마다 다시 읽어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데 활용하기를 바라며.


1. 상사에게 보고할 땐, 완성도 보다 스피드, 완벽하지 않아도 현재 버전을 보여주며 피드백받기.


2. 상사나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가치)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나? 만약 그들이 내가 뭣 때문에 바쁜지 모르고, 내가 한 일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내가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거나,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못한 가능성이 크다. 일을 열심히, 상대방이 느끼도록 잘하는 것 못지않게, 내 성과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광을 타이밍 맞게 잘 파는 것도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3. 상사의 업무 및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성향을 스토킹 수준으로 알고 거기에 맞는 접근을 해라. (예 : 상사가 언제 덜 바쁜지, 말로 보고하는 걸 선호하는지, 이메일을 선호하는지, 어느 정도의 디테일까지 보고를 원하는지, 자주 질문하는 질문들이 무엇인지 (그 답은 포스트잇에 적어 두거나 외워서 바로 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4.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특히 상사를 잘 활용해서 프로젝트가 성공하도록 만들며, 그 공로를 모두에게 표시할 것. (설사 나의 성과를 상사가 자기가 한 것처럼 한다고 하는 것에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조직으로 일하는 곳이기에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전혀 억울해할 필요 없다. 내 성과와 승진을 위해 싸우는 것은 내가 도와준 상사이며, 설사 당장 승진이 안된다 해도, 그 일을 할 줄 아는 내공은 오롯이 내 것이며, 이력서 쓸 때 작성하고 연봉을 높여 이직함으로써 보상을 받으면 그만이다.)


5.  상사의 모든 이메일엔 당일 회신이 기본이다. (눈빛만 봐도 아는 신뢰관계가 쌓이기 전)

- 오늘까지 답을 못하는 것이라면 현재 상황과 어떻게 처리 중인지, 언제쯤 원하는 답을 줄 수 있을지 업데이트

- 팀원들 전체 메일 공유한 것도, 따로 회신을 하며 내가 하고 있는 부분 업데이트해 줄 것.

- 모르겠는 건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재빨리 말하고 (제발 모른다고 뭉개지 말자), 관련 담당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든 해결책에 대한 도움 청할 것.


6. 상사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Visibility를 충분히 제공할 것 (말하기 전에 먼저)

- 내가 무슨 일 때문에 바쁜지,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는지 상사가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상사가 그걸 모른 다면,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 올해 나의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현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줄 것.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오늘 뭣 때문에 바쁜지 잘 모른다. 자기 업무에 대한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 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나의 KPI를 기준으로 분기/월/주 단위 목표를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고, 거기에 맞춰서 나의 오늘 하루 업무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 나의 경우는 엑셀 파일로 내 모든 업무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서 상사와 리뷰할 때마다 보여준다. 그러면 상사가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들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업데이트해 줄 수가 있다.


7. 상사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드백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물어볼 것 (기준이 높은 상사라면, 아예 목표를 매일 혼나는 것으로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 내가 썼던 방법으로 1년 정도 지속 하면 그 뒤로는 혼날 일이 별로 없어진다. )

  - 사실 내공이 가장 많이 쌓일 때는, 내가 일을 다 하고 나서, 듣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이다. 이게 메타인지 상승과도 관련이 있는데, 내가 뭐가 부족한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알고 싶지도 않고)

    나의 무능함을 절대 피하지 말고, 무조건 드러내고 혼날 것. 내가 누굴 가르칠 정도로 완벽하게 알 때까지 들이대고, 혼나면서 배우면 평생 기억한다. 실수는 빠르게 인정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안된다. 난 한 번 한 실수는 다시 하지 않으려고 꾸중 들은 코멘트들을 빠짐없이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여놨다.


8. 상사가 나보다 그릇이 작더라도, 일단 내가 그 조직에 속해 있는 동안은 상사를 최대한 모시는 것이 맞다. 일 못하는 상사는, 내가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날 질투하는 상사는, 시간을 가지고 내가 너의 편이라는 걸 끊임없이 보여주고, 뒤통수를 치는 상사도, 사실 내 편으로 만드는 걸 실패해서 뒤통수 맞은 것임을 인정하고, 빨리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매니저가 나 없으면 힘들어지게 만들고 나서,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며 쿨하게 사표 던지는 게 진짜 더 멋진 복수 방법이다.)


9.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상사는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에, 바쁜 상사의 지식을 어떻게 훔쳐내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잘 가르쳐주는 사수를 만나면 너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순전히 운이기 때문에 모르는 건 내 죄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상사나 사수가 안 알려준다면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을 찾거나 더러워도 일단은 그 사람들 비위 맞추면서 배우자. 내가 일을 익히고 잘하게 되면, 상사가 당신의 비위를 맞추는 날이 올 것이다. 꿀팁이라면 나 같은 경우 상사가 가르칠 때 동영상으로 촬영을 해서 복기를 하거나, 평소에 상사가 만들어 놓은 엑셀 템플릿 수식을 검색해 가면서 배우고 적용해 보았다.


10. 상사가 죽으라면, 죽는시늉을 해라. (할 수 있는 데까지 했음을 보여드리고, 포기는 그분 스스로 하게 만들 것)

  이거 관련해서는 유퀴즈에 나온 유꽃비 팀장님이 너무 잘 설명을 해두셨다.  

상사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할 경우, 실무 입장에서 현재로서는 안된다는 걸 만드는 척이라도 하면서 보여드리고 그분이 포기하는 선택지를 드리면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걸 성사시키게 위해서는 누구를 움직여야 하는 건지(예를 들면 그분들보다 높은 분), 부서 간의 이해관계, 시스템의 한계로 인한 것, 본사의 지원 필요 등등을 Visibility 있게 다 보여드리고 그분들이 현실의 상황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해야 한다.


왜 저렇게까지 상사를 이해하며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할 수 있는데, 회사 생활하면서 미친 상사한테 휘둘리지 않고,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일을 하려면 항상 Go the extra miles (십 리를 가달라면, 이십 리를 가버리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편하다. 미친 상사를 다루는 방법은 더 미치는 수밖에 없달까.. 물론 절대로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세상엔 미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느 곳에 가더라도 마찬가지라면, 미친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터득하는 내공을 갖는 게 더 정공법 아닐까.


저렇게 최소 2년은 해야 신뢰나 그 조직에서 일 좀 한다라는 브랜딩이 생긴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 파워라는 것이 단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닌 만큼, 그것은 조직 내에서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위의 10가지 방법을 실행하면서 주의해야 할 것 두 가지


1.뒷담화에 대한 것 : 회사에서 상사 뒷담화는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왜냐면 다른 회사로 갈 때 Reference check을 할 때 상사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고,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회사에서 남을 뒷담화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조직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사람이라는 브랜딩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뒷담화는 사람의 본능이라 아예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지 말고 정말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예를 들면 엄마, 내가 있는 업계와 전혀 관련 없는 동네 친구, 혹은 종교의 힘을 빌려 기도) 하는 것을 을 추천한다. 참고로 나에게 깊은 빡침을 준 상사에 대해선, 나도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의식적으로 동료들의 토픽이 뒷담화 하는 것으로 가게 되면 일부러 화제를 다른 걸로 돌리거나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2. 스트레스/건강 관리 : 저기 나온 10가지를 실행에 옮길 때는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본능/감정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반대로 행동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몸의 이상으로 나타날 정도로 회사 생활이라는 게 너무 고되고 힘들다. 뭣이 중요한가. 결국 우리는 스스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만족스러운 내가 되고 싶어서 하는 것들이다. 번아웃이 올 것 같다던지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무조건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이 최우선이다. 나의 경우는 회사 근처 헬스장을 끊어놓고 매일 운동을 했고,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잔다든지, 급한 일들이 끝나고 나면 무조건 휴가를 하루라도 내고 꼭 쉬었다. 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푹 자고, 건강한 음식을 잘 챙겨 먹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소 하는 방법으로 술을 많이 마시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뇌가 쪼그라들고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이 42일이 걸린다고 한다.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라면 더더욱 머리가 자산인 만큼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푸는 것이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에 좋을 것이다.


그전 글에서 적었던 조직에서 어떻게 커리어 디자인 하는 법은 개인이 회사원으로서 어떻게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가 수 있을지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그리는 글이었다면, 이번 편은 그 큰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상사 관리하는 법에 대해 적었다. 아무리 나 스스로 원대한 커리어 목표가 있다 한들, 어느 조직에서 일하든지 상사와 주파수를 맞추고 관리하는 것은 내가 그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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