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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인 Jul 04. 2023

옛 글 속의 신이화辛夷花를 찾아서

자목련과 개나리

중국의 고전 <초사楚辭>에서 군자를 상징하는 꽃으로 신이辛夷가 있다. 초나라 왕족이자 재상이었던 굴원屈原(기원전 353~278)이 쓴 글에서, 비록 초회왕楚懷王으로부터 버림받은 신세지만 고결한 마음을 지키겠다는 시인의 결의를 상징하는 꽃으로 나온다.* <중국식물지>나 <초사식물도감>, <중약대사전> 등을 보면 중국에서는 초나라 지방에 자랐을 이 신이辛夷를 자목련(Magnolia liliiflora Desr. 중국명 紫玉蘭)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옛 글에서 신이辛夷가 어떤 꽃인지는 논란이 많다.


자목련, 2023.4.9 안동 체화정 - 화피편이 6개이고 좁고 긴 작은 꽃받침모양(sepaloid) 3개가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에 발간된 <한국의 들꽃과 전설>에는 개나리(Forsythia koreana) 그림 옆에 한글과 한자로 ‘신이화 莘荑花’가 쓰여 있다. 플로렌스 여사가 개나리를 ‘신이화莘荑花’로 적은 것이다. 또한 언론인 문일평文一平(1888~1936)이 쓴 수필 “白松의 美”에서도 미선나무인 선목扇木이 신이화辛夷花와 비슷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때에도 신이화는 개나리인 것이다. <한국고전종합DB>를 검색해보면, 신이辛夷가 개나리, 목련, 백목련 등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신이에 대한 이해가 혼란스러웠음을 보여준다.


(좌) 개나리, 2023.3.25 성남, (우) <한국의 들꽃과 전설>에서 개나리 - 신이화로 표기되어 있다.



노가재老稼齋 김창업金昌業(1658~1721)이 읊은 ‘신이화辛夷花’를 읽어보자.


長條厚葉喜藂生  긴 가지 두터운 잎, 즐겨 모여 자라고

紫萼崔嵬大似甖   자주빛 큰 꽃잎은 항아리를 닮았네

瑣瑣微芳何足數  은은한 그 향기, 셈하여 무엇하리

木蓮爲弟玉蘭兄  목련은 동생이요, 백목련은 형님이네


(좌) 자목련, 2023.4.9 안동 체화정, (우) 자주목련, 2023.4.2 성남
(좌) 목련, 2022.4.8 서울, (우) 백목련, 2023.3.26 성남

위 시에서 항아리를 닮은 자주빛 큰 꽃잎을 달고 있고, 목련, 백목련과 형님 동생하는 사이로 묘사한 것으로 보아, 김창업은 ‘자목련’이나 ‘자주목련’을 신이화辛夷花로 기록한 것이다. 이 시처럼 문맥상 신이辛夷가 무엇인지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동문선>에 실려 있는 고려의 문신 전녹생全祿生(1318~1375)의 시이다.


楊柳自搖愁裏線  시름에 젖은 수양버들은 가지를 흔들고

辛夷初發亂餘花  난리 뒤에 신이화가 처음 피어날 때


이 시에서는 신이가 어떤 꽃인지 문맥을 통해서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경우, 시가가 지어진 배경을 살펴보면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신이辛夷가 무엇인지 더 잘 추정하기 위해, <본초강목>의 설명을 먼저 소개한다.


“신이辛夷 [석명釋名] 신치辛雉, 후도候桃, 방목房木, 목필木筆, 영춘迎春. … (장기藏器가 말하길,) 신이화辛夷花는 피지 않을 때에 포苞가 털이 있는 작은 복숭아 씨 같다. 그래서 후도侯桃라고 이름했다. 처음 필 때 붓 머리 같아서 북쪽 사람들이 목필木筆이라고 불렀고, 그 꽃이 가장 빨리 피므로 남쪽 사람들은 영춘迎春이라고 불렀다. … (보승保昇이 말하기를,) 그 나무는 크게 이어져서 한아름이 되고 크기는 수 길(仞)이다. 잎은 감나무 잎과 비슷하지만 더 좁고 길다. 정월, 2월에 꽃이 피는데, 털이 있는 작은 복숭아 같고 흰 색에 자주 빛을 띤다. 꽃이 져도 종자가 없다. 여름 끝에 다시 작은 붓 같은 꽃이 나타난다. … (우석禹錫이 말하기를,) 지금 원苑 안에 있는 나무로 크기가 3~4장丈 정도이고 가지는 무성하다. 정월, 2월에 꽃이 피고 자백紫白 색이다. 꽃이 지고 나서 잎이 난다. 여름 초에 다시 화경이 생기고, 꽃눈으로 겨울을 지낸 후 털이 있는 작은 복숭아 같이 점점 커지고, 다음 해 정월, 2월에 비로소 핀다. … (시진時珍이 말하기를,) 신이화辛夷花는 처음 가지 끝에서 나올 때 포苞의 길이가 반 치(寸)이고 엄연히 붓 머리처럼 뾰족하다. 겹겹이 청황靑黃 색 가느다란 털로 가지런히 덮이어 있고, (털의) 크기는 반 푼(分) 정도이다. 마침내 꽃이 피면 잔盞 같이 작은 연꽃과 비슷하다. 꽃잎은 자주색이고 꽃술은 붉은데 연꽃이나 난초 향기가 난다. 흰색인 것도 있는데 사람들이 옥란玉蘭으로 부른다.”***


백목련 꽃눈, 2021.1.9 의성


이러한 <본초강목>의 기록은 자목련의 특성을 설명한 것이며, 신이의 이명으로 목필木筆, 영춘迎春 등을 열거하고 있다. 1613년에 발간된 <동의보감> 탕액편에 신이辛夷를 ‘붇곳’, 즉 붓꽃으로 우리말 훈을 달고, “정월, 2월에 털이 있는 작은 복숭아 씨 비슷한 꽃이 나온다. 자주 빛을 띤 흰색이다. 꽃봉우리가 터지지 않았을 때 따야 하며, 이미 피어 벌어진 것은 열등 품이다. 북쪽 지방은 추워서 2월에 꽃이 피어 목필木筆이라고 부르고, 남쪽 지방은 따듯하여 정월에 꽃이 피는데 영춘迎春이라고 한다.”***라고 기술했다. <동의보감>의 이 기록은 <본초강목> 신이 설명과 상통한다. 그러므로 <동의보감>의 신이辛夷가 바로 목필화木筆花이고, 목필화木筆花의 우리말 이름이‘붇곳’이며, 1600년대 당시 붓꽃은 넓게 보아 목련류를 가리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명고>에서도 신이辛夷에 대해, “크기는 3~4 장丈으로 먼저 꽃이 핀 후 잎이 난다. 꽃이 처음 나올 때 포의 길이가 반 치(寸) 정도이다. 붓 머리와 흡사하게 뾰족한데, 청황靑黃 색 가느다란 털이 겹겹이 있다. 마침내 꽃이 피면 연꽃과 비슷한데 작으며, 꽃잎은 자주색이고 꽃술은 붉으며, 연꽃이나 난초 향기가 난다. ‘붓꽃. 또한 ‘가디꽃’이라고 한다. 신치辛雉, 후도候桃, 목필木筆, 영춘迎春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물명고>에서는 옥란玉蘭은 “신이辛夷와 비슷한데 꽃이 순백색이다”라고 했다


<명물기략>도 “辛夷 신이. 나무는 한아름으로 커지고, 크기는 수 길(仞)이다. 잎은 감나무 잎과 비슷하지만 더 좁고 길다. 정월, 2월에 꽃이 피는데, 털이 있는 작은 복숭아 같고 흰 색에 자주 빛을 띤다. 꽃이 져도 종자가 없다. 여름 끝에 다시 작은 붓 같은 꽃이 나타난다. 신치辛雉. 후도候桃. 방목房木. 목필木筆, 영춘迎春, 랄이辣夷”라고 하여 <본초강목>의 설명을 인용하고 있다.


목련, 2022.4.10 서울 - 흰색 화피편에 자주색 띠가 보인다.


<선한약물학>에서도 신이辛夷를 목란과木蘭科 ‘붓꽃’으로 훈을 달고 “화花는 엽葉보다 선개先開함이 통례通例로 장2촌허長二寸許의 육판백화六瓣白花를 인편시상鱗片匙狀으로 성成했는데 기뢰其蕾(꽃망울)는 녹갈색綠褐色의 모용毛茸이 유有한 포苞에 포피包被되야 대大기 오분허五分許이고 기형其形이 필두筆頭와 사似하며 향기香氣가 강强하니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산지로 “조선朝鮮에서는 긱지各地, 특特히 제주도濟州島에 다多하니라”로 기록했다.  특기할 점은 제주도에 자라고 꽃잎이 6개이며 흰색이라고 묘사한 것을 보면, <선학약물학> 저자는 신이로 목련(Magnolia kobus)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본초학 문헌이나 한자 어휘 사전들은 대체로 <본초강목>의 설명을 따르고 있으므로, 신이는 좁게 보면 자목련을, 넓게 보면 목련류를 설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디에도 신이辛夷를 ‘개나리(Forsythia koreana [Rehder] Nakai)’로 이해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본초도감> 등 현대 본초학 문헌에서도 신이辛夷를 목련, 자목련, 백목련의 꽃봉오리라고 한다. 한편 중국 본초학 문헌에서는 당개나리(Forsythia suspensa [Thunb.] Vahl) 열매를 연교連翹라고 했다. 이 연교는 <동의보감> 탕액편이나 <제중신편>에 ‘어어리나모여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17세기 말, 18세기 초에 편찬된 <산림경제>에는 ‘너너리나모여람’으로, 1937년 <선한약물학>에는 다시 ‘어어리나무열매’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당개나리의 근연종인 개나리 열매를 연교로 사용했다고 하며, <동의보감>에서도 연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약재로 구분되어 있다. 이러한 문헌 기록을 통해 우리는, 1600년대 당시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개나리가 한의학계에서 ‘어어리나모’로 불리었음을 알 수 있다.


영춘화, 2022.3.19 인천수목원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 일제강점기에 플로렌스 여사나 언론인 문일평이 ‘어어리나무’로도 불린 개나리 이름을 신이로 알게 되었을까? 우선 신이의 별명중 하나가 영춘迎春이고 개나리가 이른봄에 피는 영춘화迎春花와 유사하여 누군가 잘못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영춘화迎春花로 부르는 Jasminum nudiflorum Lindl.이 이른 봄에 노랗게 피는데, 개나리와 유사하여 지금도 사람들이 영춘화를 보고 개나리라고 말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일제강점기 뿐 아니라, 조선 후기에도 개나리 이름을 신이로 이해한 사례가 보인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육서책六書策’에서 이덕무李德懋(1741~1793)가 물명이 잘못된 사례를 설명할 때 “연교連翹를 신이辛夷라고 하고”라고 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약재 연교連翹는 당개나리(Forsythia suspensa [Thunb.] Vahl) 열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당개나리 대신 개나리를 대용한 듯하다. 이덕무李德懋가 개나리를 신이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힌 후에도 이 현상은 지속되어 일제강점기가 되면 ‘어어리나무’ 보다는 개나리나무나 신이화가 통용되는 이름이 되었다. 이 사실은 1943년 간행된 정태현의 <조선삼림식물도설>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개나리(Forsythia koreana  Nakai)에 대해,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조선명으로 ‘개나리나무’와 ‘신리화’를 적고 있고, 한자명으로 연교連翹와 신이화莘荑花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일제강점기 말이 되면 ‘어어리나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헌 기록으로 추정해보면, 개나리는 1600년대 이후 우리말로는 ‘어어리나무’로, 한자로는 연교連翹로 불리다가,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신이화’로도 불리었던 듯하다.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徐居正(1420~1488)이 지은 ‘목필화木筆花를 읇다 (詠木筆花)’라는 시를 읽어보자.


辛夷花發仲春初  봄날 2월 초에 신이화가 피어나니

箇樣形模木筆如  꽃 마다 그 모습은 붓을 본뜬 것 같아라

我欲濡毫終不得  먹을 적시고 싶지만 끝내 할 수 없으니

中書君亦不中書  중서군 또한 글씨 쓰기에 알맞지 않아라


자목련, 2018.5.13 순천 선암사


서거정은 목필화에 대해 ‘일명一名 신이辛夷’라는 설명을 달았을 뿐 아니라, 꽃 모양이 붓 모양이라고 했으므로, 이때 신이는 목련류가 분명하다. 대체적으로 보아 신이辛夷를 읊으면서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 묘사되어 있거나, 꽃봉오리를 붓 모양과 비교하거나, 약재로 사용하는 뜻이 들어있으면 목련이나 자목련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또한, 소교목의 맥락을 가지고 있어도 목련류로 봐야 하고, 특히 중국 문헌에서 유래한 글이면 자목련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1928년에 발간된 잡지 <어린이>에 실린 ‘쫓겨 가신 선생님’이라는 글에는, “교실 안의 개나리꽃은 너희들의 얼굴인 것이다. 개나리꽃은 노랗다. 그러나 너희들의 얼굴은 더 몇 곱절 노란 것이다.”라고 개나리를 묘사한 내용이 있다. 이 묘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개나리는 가장 큰 특징이 봄에 일찍 피는 노란 꽃이다. 만약 노란색 꽃이나 관목 떨기에 피는 꽃으로 묘사되어 있다면 신이화는 개나리가 분명할 것인데, 조선 시대 글에서 분명하게 신이화로 개나리를 읊은 시는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신이를 개나리로 이해한 것은 조선 후기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에서 소개한 전녹생全祿生(1318~1375)의 시에서 신이도 목련류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로子路가 정치政治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이름을 바로잡는 것 (正名)’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옛 글에서 신이화가 무엇인지 이름을 바로잡는 것 하나도 쉽지 않은 것을 보면 정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듯하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면서 영재泠齋 유득공柳得恭(1748~1807)의 <고운당필기古芸堂筆>에 실려 있는 글 한편을 소개한다. 제목은 ‘초목충어 草木蟲魚’인데, 이 중 초목 부분만 인용한다.


“서울의 시속이 뜰에 노송나무(향나무)를 심고서 시렁을 얽어 문에 매단 다음 그 나머지 가지를 당겨서 조롱박우산(葫蘆傘)을 만들기를 즐긴다. 대개 비상하는 학鶴의 형상인데, 이름하여 ‘취병翠屛’이라 한다. 하지만 노송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물으면 그것이 바로 향나무(樅)임을 아는 이는 드물다. 시를 읊을 때에, 이른 봄 영춘迎春(개나리)이 피기 시작하면 이를 신이辛夷라고 하고, 한여름 매괴玫瑰가 일제히 피면 해당海棠이라고 잘못 일컫는 것이 보인다. 잣(海松子)을 백자柏子라고 하고, 빈과蘋果를 사과査果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무엇이 옳은 지 묻지도 않는다.”


유득공도 개나리를 신이로 읇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매괴玫瑰라고 하는 꽃을 우리가 해당화(Rosa rugosa)라고 하고, 측백나무를 뜻하는 백柏을 잣나무로 잘못 훈을 달게 되면서 우리가 식용하는 잣도 백자柏子(측백나무 씨앗)로 쓰게 된 것은 모두 잘못된 것임에도 아무도 이것을 잘못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다. 유득공은 이 글을 통해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임을 말하는 듯하다.

<끝>

*https://brunch.co.kr/@783b51b7172c4fe/26

**“朝鮮에는 世界에 없는 단 하나인 『扇木』이라는 植物이 있다. 扇木은 그 果實이 團扇狀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名稱을 붙인 것인데 그것이 辛夷花 비슷하나 그 葉이 조금 작고 그 花는 희고도 어느덧 桃花色을 띤 아름다운 植物로서 忠淸北道 鎭川草坪面 以外에는 없다고 한다. 學術上 아주 興味있는 植物인 同時에 園藝의 觀賞用으로서도 매우 價値있는 植物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 화하만필/백송의 미

***辛夷 [釋名] 辛雉 候桃 房木 木筆 迎春. … (藏器曰) 辛夷花未發時 苞如小桃子有毛 故名侯桃 初發如筆頭 北人呼爲木筆 其花最早 南人呼爲迎春 … (保昇曰) 其樹大連合抱 高數仞 葉似枾葉而狹長 正月二月花 似有毛小桃 色白而帶紫 花落而無子夏杪復著花如小筆 … (禹錫曰) 今苑中有樹高三四丈 其枝繁茂 正月二月花開 紫白色 花落乃生葉 夏初復生花經 伏歷冬茁花 漸大如有毛小桃 至來年正二月始開 ,,, (時珍曰) 辛夷花 初出枝頭 苞長半寸而尖銳 儼如筆頭 重重有靑黃茸毛順鋪 長半分許 及開則 似蓮花而小 如盞 紫苞紅焰 作蓮及蘭花香 亦有白色者人呼爲玉蘭” – 本草綱目

****辛夷 붇곳 正月二月生花似着毛小桃子色白帶紫當未拆時取之已開者劣 北方地寒二月開花呼爲木筆南方地煖正月開花呼爲迎春” – 東醫寶鑑/湯液篇

*****辛夷 高三四丈 先花後葉 花初出 苞長半寸而尖銳 儼如筆頭 重重有靑黃茸毛 及開 似蓮花而小 紫苞紅焰 作蓮及蘭花香 붓꽃 亦名 가디꽃 辛雉 候桃 木筆 迎春 – 物名考

******辛夷 신이 樹大合抱 高數仞 葉似枾葉而狹長 正二月開花 似有毛小桃 色白而帶紫 花落無子 夏杪復着花如小筆. 辛雉. 候桃. 房木. 木筆, 迎春, 辣夷 – 名物紀畧

*******京都時俗喜植老松於庭,編棚結門,引其餘梢爲葫蘆傘。蓋翔鶴之狀,名曰“翠屛”。問老松何木,鮮能知其爲樅也。早春迎春始放,指爲辛夷;深夏玫瑰齊發,冒稱海棠,見於吟詠。松子謂之柏子,蘋果謂之査果,不復辨詰 – 古芸堂筆記/ 草木蟲魚. 참고로, 樅은 중국에서는 원백圓柏(Sabina chinensis, Juniperus chinensis의 이명, 향나무), 일본에서는 일본전나무(Abies firma)를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향나무로 번역한다.


자목련과 꽃봉오리, 2023.7.3 군산 - 여름에 꽃을 다시 피우기 위해 꽃대가 올라오고 있는 모습일까?


% 신이화로 불렸던 목련류와 개나리는 모두 봄맞이하듯이 이른 봄에 꽃이 핀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나리는 생울타리 격으로 심어진 경우가 많고, 목련과 백목련, 자주목련, 자목련 등 목련류는 대개 정원의 한자리를 우아하게 차지한다. 이 중 화피편 바깥은 자주색이고 안쪽은 흰색인 자주목련은 백목련과 함께 같은 시기에 꽃이 피며 쉽사리 만날 수 있다. 백목련보다 늦게 꽃이 피는 자목련은 상대적으로 귀한 편이다. 나는 안동 체화정에서 몇 차례 자목련 꽃을 감상했고, 2018년 5월 중순 순천 여행에서 뒤늦게 핀 자목련 한송이를 만난 적이 있을 뿐이었다. 지난 7월 3일, 군산에 사는 친구를 보러 갔다가, 꽃은 지고 잎이 무성한 정원에 심어진 귀한 자목련 한 그루를 만났다. 친구 말이, 백목련 꽃보다 2-3주 늦게 자주색 꽃이 핀다고 하므로 이 나무는 자목련이 분명할 것이다. 자목련은 잎이 난 후 여름에 한차례 더 꽃이 피기도 한다고 하여 잎새 사이를 이리저리 보니, 꽃대가 뾰족한 붓처럼 나와 있었다.


%% (23/7/10) 며칠 전에 확인할 것이 있어서 서재 구석에서 1947년 초판이 발행된 한글학회 지은 <큰사전>을 꺼내어 펼쳤다. 책을 뒤적이다가 눈에 들어온 항목이 '개나리'여서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참고할만한 내용이 있다. 나는 옛글의 신이화에 대해 글을 쓰면서, 개나리(Forsythia koreana)를 조선후기 및 일제강점기에 신이화로도 불렸던 사실을 적어 놓았다. 이 <큰사전> 초판도, 이와 관련하여 개나리의 이명으로 연교連翹, 어사리나무, 어아리나무로 소개하고 옛말로는 어어리나모라고 했다.그리고 신이辛夷로 부르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고 적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큰사전>의 기록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개나리를 일부 문헌에서 신이로 표현했다고 하더라고, 조선시대 문인들이 시에 등장하는 신이辛夷는 대부분 목련류를 가리킨 것이 아닐까?


특히 조선시대 문인들은 유의儒醫가 아니더라도 주요 한약재 이름은 전통시대 지식인으로서 기본 지식으로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약재로서 신이와 연교는 둘 다 쓰이는 것이어서 이 둘을 그들이 구분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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