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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일 Mar 05. 2024

가슴, 있어요?

떠오르다

깊은 강바닥 어딘가 가라앉은 듯했다. 먹먹한 물의 무게, 어둠, 고요함......


문득, 참기 힘든 한기가 느껴졌고, 숨이 막혔다.  발버둥 쳐 올라갔다. 어렴풋이 빛이 보였고, 고개를 내밀어 숨을 쉬려는데 물풀 같은 것이 온몸에 엉켜 맘대로 되지 않았다. 가슴이 뻐근해지며 아득해졌다.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 물 밖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대로 실패할 것 같았다. 나는 울었다.


" 됐어요! 환자분! 가만히 좀 계세요!"


팔다리 묶음에도 격하게 발버둥 치며 울어대는 통에 의사들이 애를 먹고 있었다.  엄청난 한기에 온몸이 바드득바드득 떨렸고, 양 가슴과 겨드랑이 온통 불로 지진 듯이 아파  저절로 . 언제 깨어나 얼마나 울었던 것인지 눈물이 범벅된 뒷덜미와 등줄기가 견딜 수 없이 오싹거렸다. 얼마간의 실랑이 끝에 회복실로 옮겨졌다.


수술실에서 보았던 갈색 눈의사가 추위로 덜덜 떨고 있는 내 침대로 다가와서는 이불을 걷고 온풍기를 껐다.


"츠...추워요..."


내 말에 작은 한숨을 내쉰 그녀는, 어난 나의 저항 부위에 테이핑을 못했다고, 지금 잠시 하겠다고 했다.  


왼쪽 가슴과 겨드랑이 들여다보며 달칵거리던 그녀가, 오른쪽으로 옮겨와 달칵이기 시작했다.


"......가슴......있어요?"


눈물이 다시금 귓바퀴를 타고 뒤통수로 고였다.


"네. 수술은 잘 됐고, 아까 움직이시면서 발등 혈관 출혈있어서 주삿바늘 제거했어요. 병실 올라가시면 오른쪽 팔에 혈관 잡아드릴 거예요. 그때까진 통증 참으요."


도려내며 헤집은 곳들이 욱신거리기도 했지만, 깊은 안도와 후회들이 뒤엉키며 떠올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


사력을 다해 물 위로 떠오르자마자 알고 싶었던 것은 가슴이었다. 잃어버린 살점을 이토록 그리워하고, 나머지도 난도질 당할까 그렇게나 두려워할 거면서......


스스로 '숏다리' '껌딱지' 같은 말로 내 몸을 망신 주고, 웃음거리로 삼았던 날들을 후회했다.  새벽 토하고 탈진해도 그냥 이러다 죽는 게 낫겠다며, 하나뿐인 삶을 조롱한 비겁함을 후회했다. 접질려 부러진 발 따위는 바쁜 일정을 핑계로 치료받지 으면서,  부모의 병치레만 몰입해 살아온 위선을 후회했다. 마치 나의 젊음은 영원할 것처럼, 나의 일들을 그저 미루기만 한 그 오만함을......후회다.


이제 전쟁터가 되어버린 내 몸, 토닥토닥 소중히 안고 가야 한다. 다시는 나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 비아냥거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후회가 비져나 아랫입술을 꽉꽉 깨물며 울었다. 왜 그렇게 나 자신에게 흰 눈을 뜨고 살았을까? 정말 그래도 괜찮지 않았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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