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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May 09. 2023

잡초가 뺏어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농부들은 텃밭의 잡초를 의붓자식 취급한다. 잡초는 농부가 게으르다는 표시로, 작물한테 갈 물과 양분을 뺏어가는 적으로 간주된다. 싹이 나면 호미로 긁어야 하고, 땡볕에 허리를 굽히고서라도 밭에 들어가 뽑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작물을 잡초와 함께 키우자는 자연농법 이론은 이들에게 쇠귀에 경 읽기다. 산과 들에서는 누가 잡초를 뽑지 않아도 나무와 풀이 어우러져 잘 자란다고 말해줘도 헛일이다. 농사일은 기쁨이 아닌 고통이 됐다. 


작물을 잡초와 함께 키우기 위해서는 근권미생물(rhizosphere microorganism)에 대한 이해를 해야 가능하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식물이 동물의 먹이사슬 아래에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식물은 토양 미생물과 공존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근권미생물은 뿌리 근처에 서식한다고 해서 근권(rhizospher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토양선충, 곰팡이, 세균, 원생동물 등 근권미생물은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포도당을 먹고살면서 토양의 유기성분이나 미네랄을 분해해서 식물에게 제공한다. 식물과 동물은 뿌리에서부터 생물학적 화학적으로 공생한다. 

 

토양에 유효성분이 있어도 미생물이 분해해서 공급하지 않으면 식물은 털뿌리로 흡수할 수 없다. 텃밭을 일구건 대량으로 밭을 경작하건 토양에 미생물이 살지 못하면 좋은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풍년을 기대하면 토양 미생물을 우선 살려야 한다. 땅 속 미생물의 생존조건은 사람이 사는 조건과 비슷하다. 공기가 통해야 하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야 한다. 땅 속 공기, 온도, 습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잡초가 한다. 


잡초는 자신이 미움받는지 잘 안다.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평지돌출하듯 깊이 뿌리를 내린다.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잡초의 뿌리는 토양의 공기구멍이 된다. 토양에 공기구멍이 열리면 온갖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이 된다. 미생물과 관련 동물이 함께 서식하면서 토양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다람쥐, 뱀, 두더지, 거미, 지렁이, 달팽이, 개미, 지네, 노래기, 쥐며느리 등을 비롯하여 진드기, 톡토기 등 자잘한 동물이 살게 된다. 토양생태계가 이루어져야 건강한 토양이 된다. 특히 사막에서는 잡초가 자라야 토양 속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잡초를 미워하지 말자. 신이 만든 생명 중에서 제거되어야 할 생명은 없다. 잡초가 자라지 않는 땅은 죽은 땅이다. 죽은 땅에서 어떻게 살아있는 작물을 키운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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