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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May 11. 2023

흙 한 삽 뒤집을 때 별이 하나씩 사라진다

한 줌 흙 속에 수 억 마리의 미생물이 산다. 그들에겐 땅 속이 삶의 터전이다. 흙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뽑아내고 식물 뿌리와 공생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우리가 공기와 물이 있어야 살듯이 그들의 생존조건도 똑같다. 그런데 어느 날 삶의 터전이 뒤집히며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을 맞는다. 사람들이 작물을 심기 위해 트랙터나 삽으로 땅을 뒤집을 때마다 미생물들 생의 터전이 산산이 부서진다. 감이 안 잡히면 개미집을 상상해 보라. 삽으로 흙을 한 번 뒤집을 때마다 소우주에서 별이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다.


벌이 없으면 작물들이 수정을 못하듯 토양미생물이 사라지면 식물이 죽고, 식물이 없으면 인간의 삶도 없다. 인간은 눈멀고 귀먹었다. 지구가 자전하며 공전하는 굉음을 듣는가. 미생물은 보이는가. 스스로 어리석은 인간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땅은  뒤집어엎어 놓고 그 위에 검정비닐을 씌운다. 땅 속을 아예 불지옥으로 만든다. 잡초도 자라지 못하는 땅에서 작물은 건강할까. 비료와 농약으로 억지춘향으로 작물을 키워낸다. 그것이 천지간의 기운을 교감한다는 농부의 일인가. 


매장에 반질반질하게 닦여 진열된 사과는 농약 덩어리다. 악순환이다. 토양미생물이 죽고 땅이 죽고 살충제로 키운 작물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나이 먹은 농부가 죽으면, 죽은 땅은 사막이 된다. 또다시 흙을 뒤집고 비료를 주고, 또 다른 농부가 죽고 사막이 넓어져 간다.  


미생물 살생을 막으려 자이나교도처럼 마스크를 쓰고 총채를 들고 다니자는 말은 아니다. 토양을 꼭 뒤집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요즘 미국의 대형농장에서도 경운을 하지 않는다. 하물며 텃밭에서랴. 무경운, 무제초, 무비료, 무농약이 자연농법에서 제창하는 방식이다. 불필요한 노동을 덜고 상생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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