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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May 12. 2023

"어머니, 마켓에서 사다 드세요"

"어머니, 마켓에서 사다 드세요."

텃밭 일구는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자주 듣는 소리다. 얼마나 아낀다고 농사를 짓느냐는 핀잔이다. 마켓에서 사다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뜻이다. 


마켓에서 사 온 야채는 냉장고 안에서 이틀이면 시든다. 집에서 키운 야채는 보름을 두어도 시들지 않는다. 일본에서 유명한 '기적의 사과'는 3년을 두어도 썩지 않고 버틴다. 맛도 천양지차다. 시중에서 사 온 상추는 얇고 연하지만 창호지 씹는 맛이다. 그러나 밭에서 갓 뜯어온 상추는 두텁고 거친 맛이 살아있다. 영양제만 먹고 큰 도시 아이와 들판에서 뛰놀며 자라는 시골아이 차이라고 할까. 


도시인 40%가 암에 걸린다. 얼추 두 사람 중 한 명이 암 투병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소설 속에서나 들을법한 병명을 흔하게 듣는다. 스트레스와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 때문이다. 


틀밭이 중요한 이유는 야채를 키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밭이 있으면 뭐라도 심게 되고 가꾸게 된다. 마켓에 의지하지 말고 한 뼘 땅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먹거리 자급을 이루면 건강도 따라서 좋아진다.  


둘째로 영양분 없는 텃밭 작물은 모양만 야채일 뿐, 내 몸에 약이 안된다. 땅이 없는 것보다 낫지만 물만 먹고 자란 상추는 맛이 없다. 흙을 믿으면 안 된다. 흙의 주된 작용은 식물의 뿌리를 지탱하는 일이다. 땅이 살아있지 않으면 밭에서 키우나 마나다. 무엇을 키워 먹을까 생각하기 전에 흙 살릴 궁리를 먼저 해야 한다. 


체리 크기만 한 사과를 어른 주먹 두 개 만하게 진화시킨 것은 육종학의 개가이나 영양면에서는 속 빈 강정이다. 영악한 농부들은 돈벌이에만 극성스러울 뿐 누가 먹는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시장에 팔 물건과 자기가 먹을 작물을 따로 키운다. 


땅이 넓으면 땅심을 키우고, 땅이 부족하면 작물이 흡수할 만한 영양분 많은 틀밭을 만들자. 만들기는 아주 쉽다. 의지만 있으면 그까짓 나무상자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마켓에서 사다 먹는 채소가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 그러나 야채를 키워먹었어야 했다는 사실을 당신이 병원 침대에 드러누워 있을 때쯤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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