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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May 17. 2023

'지속 가능한'이라는 형용사

'지속 가능한'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sustainable(서스테이너블)이다. 자연농업이나 유기농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익숙한 단어다.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여서 맺고 끊는 맛이 없다. 뒤가 터져 있어서 무슨 말을 갖다 붙여야 마무리가 된다. 대학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이 단어 한글 번역이 '지속 가능한'이라는 것을 알았다. 의미는 좋으나 그런 환경을 만들기는 힘든 단어다. 농업생태학 키워드다.


sustainable이라는 말이 나오면 따라다니는 단어는 conservation(보존)이다. 지구 환경은 우리만 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손들도 써야 하기에, 잘 쓰고 물려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용어다. 토양, 환경, 생태계 등이 주요 관심사다.


물 관리하는 정부기관에 취재를 간 일이 있었다. 그때 인상 깊었던 말은 물을 사용하는 만큼 채워 넣는다는 설명이었다. 샌버나디노 카운티에는 물을 채워 넣는 수로가 4군데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은 전체 사용량의 20% 정도고, 80%를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매실 한 알, 대추 한 알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물을 소비한다. 쇠고기  덩어리를 생산하려고 곡물 한 가마니를 소모하듯이 야채와 과일생산에도 많은 지하수가 필요하다.


지하수는 석유와 같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깨끗한 물이 되려면 석유와 같이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을 퍼 쓰기만 하고 채워 넣지 않으면 땅이 꺼지는 싱크홀(sinkhole)이 발생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손이 쓸 물을 우리만 퍼쓰면 안된다는 설명이었다. 지하수라고 전기세만 내면 마음대로 퍼쓰는 공짜가 아니다.


지구에서 계속 지속가능하게 살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공해와 쓰레기 배출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먹고 똥만 싸는 불필요한 동물로 간주할지도 모른다. 약간의 불편이 몸을 살리고 지구를 살린다.


아프리카 해변에 옷더미로 쌓인 쓰레기 산을 보면 지구 생태계가 얼마나 버틸까 걱정스럽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게 아니라 못 입는 옷을 아프리카에 버리고 있다. 지구 한쪽이 썩어가고 있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이 1이 가축 사료로 쓰이고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다는 기사를 듣고도 뉘 집 개가 짖는가식이다.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나갈 일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뒤에 '지구'라는 단어를 붙여야 한다. 토양을 살리고 생태계를 보존해서 후손들도 아름다운 꽃을 보며 살 수 있어야 한다. 거창한 노력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라도 텃밭에 퇴비로 만들어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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